“불안하지만, 그래도 이운재”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8일 22시 41분


K리그 골키퍼 코치들, 설문조사 해보니…

K리그 5경기에서 12골 허용. 얼마 전 FC 서울과 라이벌전에선 어이없는 실수로 결정적인 골까지 헌납했다.

국가대표 수문장 이운재(37·수원 삼성)의 최근 상황이다. 남아공 월드컵이 2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뒷문이 흔들리면서 대표팀에 비상이 걸렸다. 허정무 감독도 "이운재의 최근 부진이 마음에 걸린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하지만 이운재는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참가 등으로 피로가 누적됐고, 수비 조직력이 흔들려 잠깐 부진한 것이지 실력이 떨어지진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운재를 계속 지켜본 K리그 골키퍼 코치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동아일보는 K리그 9개 구단 골키퍼 코치들에게 이와 관련한 설문을 돌려 생각을 알아봤다.

코치들은 이구동성으로 "예견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표팀에서 지나치게 이운재만을 고집했다는 것. 이운재는 2008년 1월 이후 대표팀이 치른 23번의 A매치 가운데 21번을 선발 출전했다. 성남 일화 차상광 코치는 "유난히 골키퍼 포지션만 이운재 독주 체제로 가다 보니 대안을 키우는데 실패했다. 경쟁이 없다 보니 이운재 본인의 긴장감도 떨어졌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이운재의 부진 이유로는 6명이 '컨디션 저하 등 실력 하락'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단순 실수'는 2명에 그쳤고, '더 지켜봐야 한다'가 1명 있었다.

하지만 월드컵 본선에서 이운재 아닌 다른 골키퍼를 써야 한다는 생각엔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5명이 '이운재를 써야 한다'고 했고, 2명이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 2명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답했다. 제주 유나이티드 이충호 코치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골키퍼와 수비수들 사이 호흡 문제 등을 고려할 때 당장 이운재를 교체하는 건 모험"이라고 말했다.

이운재의 최대 강점은 역시 경험이었다. 코치 1인당 1, 2순위 하나씩 꼽고 1순위에 2점, 2순위에 1점을 부여한 합산 점수에서 이운재의 강점은 경험(13점)이 1위였다. 안정감(9점), 판단력(3점), 침착성, 수비 조율 능력(이상 1점) 등이 뒤를 이었다. 같은 방식으로 점수를 매긴 이운재의 가장 큰 약점은 순발력(11점)이었다. 몸무게 등 자기 관리(8점), 점프력 등 운동 능력(4점), 집중력, 판단력(이상 2점) 순.

역시 같은 방식으로 점수를 매긴 '이운재의 대안 골키퍼' 항목에선 최근 K리그 5경기에서 3골만 내준 정성룡(성남 일화·15점)이 압도적인 1위에 올랐다. 그밖에 김용대(서울·6점), 김영광(울산 현대·4점), 김호준(제주 유나이티드), 김승규(울산·이상 1점)가 거론됐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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