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몰렸던 KCC가 이적생 테렌스 레더의 맹활약을 앞세워 기사회생했다. KCC는 9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7전 4선승제) 5차전에서 레더가 공격과 수비를 이끈 데 힘입어 69-65로 승리했다. 이로써 2승 3패가 된 KCC는 승부를 6차전으로 끌고 갔다.
KCC 허재 감독의 전략이 맞아 떨어진 경기였다. 허 감독은 경기 전 “골밑 슛을 주는 한이 있어도 3점슛은 막겠다. 외곽이 뚫리는 빌미가 됐던 더블팀 수비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KCC는 4차전에서 상대 포워드 함지훈에게 2명씩 달라붙는 더블팀 수비를 하다 4쿼터 김동우에게 3점슛을 잇달아 얻어맞고 무릎을 꿇었다. KCC는 함지훈을 외곽으로 밀어내는 수비를 펼친 게 주효했다. 4차전까지 평균 18.3점을 넣은 함지훈은 골밑에서 밀려나 성공률 낮은 미들슛에 의존하다 8점에 그쳤다.
KCC의 공격은 1월 삼성에서 트레이드돼 온 레더가 주도했다. 25-30으로 뒤진 채 전반을 마친 KCC는 3쿼터 시작과 함께 레더가 1분 30초 사이 내리 8점을 넣으면서 추격의 불씨를 댕겼고 레더와 전태풍이 3쿼터에서만 25점을 합작하면서 52-42로 10점 차까지 앞섰다. 레더는 득점(25점)과 리바운드(12개)에서 모두 양 팀 최다를 기록했다.
KCC는 4쿼터 시작과 함께 내리 5점을 내주면서 52-47까지 추격을 당하자 1월 올스타전 때 당한 종아리 부상으로 챔프전에 나서지 못하던 하승진까지 투입하는 강수를 던졌다. 하승진은 정규 시즌 때 같은 몸놀림은 아니었지만 7분 8초를 뛰면서 4득점 1리바운드로 힘을 보탰다. 하승진은 “경기 막판 승부처 때 들어가 부담스러웠다. 선동열 같은 야구 마무리 투수의 심정으로 경기를 치렀다”고 말했다.
모비스는 4쿼터 중반 박종천과 김동우의 뒤늦은 연속 3점포를 추격의 신호탄으로 해 종료 2분 20초가량을 남기고 61-62로 1점 차까지 따라붙었으나 KCC 전태풍에게 골밑 돌파에 이은 보너스 자유투까지 내주면서 주저앉았다. 5월 29일 결혼하는 전태풍은 한 살 아래의 피앙세 제인 미나 터너 씨가 지켜보는 앞에서 고비마다 골을 넣으며 18득점으로 해결사 노릇을 했다. 6차전은 11일 오후 3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 양팀 감독의 말
“하승진 수비 잘해줬다” ▽KCC 허재 감독=모비스에 1승 3패로 밀려 선수들의 사기가 떨어져 있었고 꼭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전반까지 몸들이 무거웠다. 전반 끝나고 ‘지더라도 얼굴 표정 밝게, 좀 활기 있게 해보자’고 했는데 선수들이 압박수비를 펼치면서 좋은 흐름을 탔다.
그동안 모비스에 막판 외곽슛을 허용해 진 적이 많아 하승진을 수비 역할로 기용했는데 생각보다 잘 해줬다. 앞으로 어떤 상황일지 모르지만 준비는 계속 시킬 것이다.
“6차전서 챔프전 끝낼 것” ▽모비스 유재학 감독=오늘 우리 선수들의 플레이에 큰 문제는 없었다. KCC 득점을 전반까지 25점으로 막았다면 굉장히 잘했다. 단지 오늘처럼 흐름이 끊겨 경기가 안 풀리는 건 어쩔 수 없다.
6차전에서도 전술상 큰 변화 없이 오늘처럼 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 (하)승진이 나왔을 때도 우리가 더 득점을 많이 해 문제될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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