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로 스포츠 사상 첫 여성 감독이 탄생했다. 1970년대 국민스타였던 ‘나는 작은 새’ 조혜정 씨(57·사진)가 그 주인공이다.
프로배구 여자부 GS칼텍스는 15일 “이성희 감독이 사퇴 의사를 밝혀 이를 받아들이고 조혜정 감독을 차기 사령탑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계약 기간은 3년이고 연봉은 공개하지 않았다. GS칼텍스는 조 감독의 추천을 받아들여 수석코치에 신만근 전 도로공사 감독, 코치에 장윤희 MBC-ESPN 해설위원을 영입하기로 했다. 조 감독은 “선수와 팬 모두가 즐거운 신바람 배구를 하고 싶다. 발로 뛰는 팀으로 체질을 바꿔 다음 시즌 우승에 도전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조 감독은 1977년 은퇴 뒤 현대건설 코치를 거쳐 이탈리아 2부 리그에서 코치 겸 선수로 활약했고 한동안 코트를 떠났다가 2008년부터 한국배구연맹(KOVO) 경기위원으로 일해 왔다. 프로야구 삼성 감독대행을 지낸 조창수 씨와 결혼해 낳은 두 딸 윤희, 윤지 씨가 프로골퍼로 활약하고있다.
프로야구와 프로축구는 남자 종목이라 여성 지도자가 없지만 2005년 출범한 프로배구는 물론이고 1998년 막을 올린 여자프로농구에도 여성 감독은 없었다. 여자 농구의 경우 실업 시절인 1982년 박신자 감독이 신용보증기금을 맡은 적이 있다. 프로 출범 후인 2002년 국민은행이 잠시 유영주 감독대행 체제를 꾸렸지만 정식 사령탑은 아니었다. 1980년대 농구 스타 박찬숙 씨는 2007년 여자 프로농구 모 구단의 감독 공모에서 탈락한 뒤 여성에 대한 차별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여자 배구는 실업 시절에도 여성 감독이 없었다.
한 여자프로농구 감독은 “축하할 일이다. 감독의 역할은 선수 지도뿐 아니라 프런트나 타 구단, 농구인과 관계를 조화롭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데 이런 면에서 구단이 그동안 검증이 안 된 여성 지도자의 영입을 꺼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 후배들의 심리 상태까지 세세히 알기 때문에 의외로 선수들이 여성 지도자를 꺼리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조 감독은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한국이 구기 종목 사상 첫 동메달을 땄을 때 주역이었다. 그리고 34년 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에 첫발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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