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음 교향곡’…F1에 빠진 중국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20일 03시 00분


상하이 그랑프리 비싼 입장권에도 20, 30대 구름인파

“돈을 태우는 스포츠지만 너무나도 매력적이다.”

국제 자동차 경주대회 포뮬러 원(F1) 중국 그랑프리가 열린 18일 상하이 인터내셔널 서킷. 경기 시작 시간 훨씬 전부터 경기장 입구는 구름 인파로 북적였다.

중국 F1 그랑프리는 2004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7년째. 모터스포츠가 별로 활성화되지 않았고, 자국 팀이나 드라이버가 없으며, 무엇보다 입장료가 일반 대중이 관람하기에 비싸다는 점에서 올해 전남 영암에서 첫 F1 개최를 앞둔 한국과 상황은 비슷하다. 하지만 중국 그랑프리는 첫해 20만 명의 만원 관중을 동원하며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 중국의 F1 팬들은 ‘자동차와 스피드를 좋아하는 보통 사람’이었다.

여자친구와 함께 온 우밍제 씨(26)는 피아노 조율을 한다. 2004년 첫 대회부터 F1 대회는 빼놓지 않고 봤다. 스포츠카를 탈 만큼 차를 좋아했고 F1을 보고 난 뒤에는 푹 빠져 지낸다. 한 해 수입의 거의 절반인 10만 위안(약 1700만 원) 정도를 모터스포츠에 쓴다.

중국 팬들의 연령대는 20대 초반부터 30대 중반의 젊은 층이 많았다. 대부분 전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대다수는 가장 싼 380위안(약 6만5000원)짜리 입장권을 사들고 왔지만 용돈을 모아 1500위안(약 25만5000원)짜리 티켓을 들고 혼자 경기장을 찾은 17세의 여고생 황쉬쩌우 양도 있었다. 올해로 5번째 경기장을 찾았다는 그는 처음엔 가장 싼 입장권을 구했지만 점점 경기를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은 욕심에 비싼 티켓을 사게 됐다. “비싸지만 그만큼 큰 즐거움을 준다”고 그는 말했다.

F1의 가장 큰 매력으로 중국 팬들은 엄청난 굉음과 스피드, 경기장 전체의 뜨거운 분위기를 꼽았다. 사실 2400cc 엔진으로 750마력을 내며 최고 시속 350km의 F1 경주차가 경기 중 내는 엔진 소음은 상상이 안 갈 만큼 시끄럽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귀마개도 없이 약 2시간의 경기 시간을 버틴다. 페라리의 로고가 박힌 대형 깃발을 들고 동호인들과 함께 20명이 단체 관람 온 대학생 왕양 씨(23)는 이 굉음을 “교향곡 같다”고 표현했다.

상하이=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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