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최고 스타인 '컴퓨터 가드' 이상민(38·삼성). 삼성과의 계약 기간을 1년 남긴 그가 최근 은퇴 결심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19일에는 삼성 구단의 한 고위 관계자와 만나 자신의 거취를 둘러싼 면담을 갖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이상민은 잔여기간 연봉과 해외 지도자 연수 지원, 코치 보장 등의 카드를 제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민은 올 시즌 KCC와의 6강 플레이오프에서 1승 3패로 탈락한 뒤 "가족들로부터 이제 운동을 그만두는 게 어떻겠냐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며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고질적인 허리 통증으로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할 수 없는 몸 상태인데다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특유의 강한 승부욕만큼은 여전해 스트레스가 심했다.
삼성은 조만간 내부 조율을 거쳐 이상민의 진로를 최종 발표할 방침이다. 지도자로 새 인생을 걷게 될 가능성이 높은 이상민의 공식 은퇴경기를 다음 시즌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홈 개막전에서 치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홍대부고를 거쳐 1991년 연세대에 입학한 이상민은 20년 가까이 성인 무대에서 정상을 질주했다. 아마추어 농구대잔치 시절 오빠부대를 몰고 다니며 1993년 실업팀 선배들을 모조리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프로에서도 현대와 KCC에서 3차례 우승 반지를 차지한 뒤 삼성 이적 후 2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올라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다. 깔끔한 이미지 속에 고비마다 결정적인 해결사로 나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만 명에 이르는 팬 카페 회원을 갖고 있는 그는 올 1월 올스타전에서 9년 연속 최다 득표를 기록했다.
어느덧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초등학교에 다니는 남매를 둔 그는 유니폼을 벗기 전에 꼭 정상에 오르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올 시즌 세월을 속일 수는 없는 듯 체력저하와 각종 부상으로 정규시즌 평균 16분48초를 뛰며 3.8득점, 3.1어시스트에 머문 뒤 포스트시즌에서도 고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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