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플러스] 유원상 첫 완봉…효자났네!

  • 동아닷컴
  • 입력 2010년 4월 24일 07시 00분


직구·변화구·완급조절 자유자재
LG전 9이닝 4K 무실점 시즌 2승
유승안 감독,아들 V볼에 ‘웃음 꽃’

고질적인 제구력 불안도, 급격히 무너지는 롤러코스터 피칭도 이날 만큼은 없었다. 한화 유원상이 생애 첫 완봉 역투를 펼치며 LG의 연승행진을 저지했다.
고질적인 제구력 불안도, 급격히 무너지는 롤러코스터 피칭도 이날 만큼은 없었다. 한화 유원상이 생애 첫 완봉 역투를 펼치며 LG의 연승행진을 저지했다.
23일 잠실구장. 한화 유원상(23)은 비가 내리는 그라운드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경기 전 갑작스런 폭우가 쏟아져 방수포를 덮어놓은 상황. 말로는 “오늘 못 던지면 내일 던지면 된다”면서도 내심 아쉬운 눈치였다. 그만큼 준비가 돼 있었고, 자신감이 넘쳤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시간 후, 유원상은 마운드에서 데뷔 후 최고의 피칭을 보여줬다. 직구는 살아있고, 슬라이더와 커브는 날카로웠다. 결과는 9이닝 3안타 4탈삼진 무실점. 한화의 5-0 승리를 이끄는 데뷔 첫 완봉승이었다. 롯데 장원준, 넥센 금민철에 이은 시즌 세 번째 완봉승. 한화 투수들 중에서는 1호다.

유원상의 종전 한 경기 최다 투구 이닝은 7이닝이었다. 그만큼 많은 이닝을 던지는 투수는 아니었다. 이번 시즌 첫 3경기에서도 5∼6이닝을 소화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공 102개로 9이닝을 버텼다. 올 시즌 최소 투구수 완봉승. 17일 청주 넥센전에서 7이닝 4안타 7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한 후 두 경기 연속 무실점으로 긴 이닝을 막아냈다. 볼넷이 2개밖에 안 되는 점도 고무적이다. 전임 김인식 감독 시절부터 제구력 때문에 고전해왔기 때문이다.

유원상의 호투는 한화에도 희망의 싹이다. 함께 입단한 에이스 류현진의 그늘에 가렸던 유원상이 팀 리빌딩과 마운드 재건의 축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한대화 감독은 “유원상이 그동안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였는데, 오늘은 특히 근래 보기 드문 훌륭한 피칭을 했다. 제구력이 좋아졌고 완급조절 능력과 맞혀 잡는 능력이 향상된 것 같다”고 칭찬했다.

유원상도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타격과 수비가 많이 도와줬다. 나 혼자 한 게 아닌 것 같다”면서 “그냥 얼떨떨하다. 다른 승리랑 똑같은 기분”이라며 웃었다. 또 “9회에 마운드에 올라갈 때 현진이나 (김)혁민이가 옆에서 자꾸 놀렸다. 하지만 덕분에 오히려 (완봉을) 신경 안 쓰고 던진 것 같다”면서 “지금 페이스가 좋은데 이 상태를 계속 이어가야 할 것 같다.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키고 10승 이상을 하고 싶다”고 했다.

때마침 유원상의 아버지 유승안 경찰청 감독도 이날 잠실구장을 직접 찾았다. 그리고 경기가 끝나자 구단 관계자에게 아들의 첫 완봉승 공을 소중하게 받아들었다. 연신 “감사합니다”라며 축하 인사에 답하는 아버지의 얼굴에서 자랑스러움이 읽혔다.

잠실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사진 |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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