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7일 울산 현대와의 첫 경기에서 졌을 뿐 이후 무패 가도다. 25일 선두를 달리던 FC 서울과의 홈경기에서 김영우의 후반 45분 결승골로 5연승을 거두며 6승 2무 1패로 마침내 선두로 나섰다. 2006년 팀 창단 이후 첫 선두다.
전통의 강호 수원 삼성, 포항 스틸러스, 성남 일화, 서울은 지난 시즌 7위였던 경남에 줄줄이 무릎을 꿇었다. 경남의 돌풍이 갑작스럽지는 않다. 지난 시즌 마지막 10경기에서 8승 2패를 거둔 상승세가 이어졌다. 스타 선수가 없는 경남이 잘하는 원인을 짚어봤다.
○ 무명 선수들의 역량 극대화
경남의 주축은 무명의 젊은 선수들이다. 골키퍼 김병지(40)를 빼면 선수 평균 나이가 24세. 어리고 가능성만 있던 선수들이 조광래 감독(56)의 지도 아래 기량을 꽃피우고 팀 내에서 제 몫을 하는 선수로 탈바꿈했다. 가능성 있는 선수를 발탁하고 좋은 선수로 키워내는 시스템 덕분이다.
이병근 경남 2군 코치이자 스카우트는 “감독님이 눈여겨보라는 선수는 과거에 반짝 잘했지만 깊은 침체에 빠진 경우”라고 말했다. 잠재력에 비해 시장에서 저평가된 선수를 찾으라는 말이다. 팀 내에서 주전으로 자리 잡은 미드필더 이용래(24), 윤빛가람(20)이 대표적이다. 둘 다 청소년 시절 이름깨나 날렸지만 대학 진학 후 빛을 못 봤다. 이용래는 부상 때문에, 윤빛가람은 지도자와 스타일이 맞지 않아 의욕을 잃었다.
조 감독은 새로 구단에 들어온 선수들에게 “우리 구단은 주전으로 뛸 수 있는 기회가 활짝 열려 있다”고 강조한다. 투명한 경쟁과 열린 시스템은 슬럼프에 빠진 유망주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매주 한 번 벌어지는 1.5군과 2군의 연습 경기는 실전보다 치열하다. 매주 두세 명의 선수가 1, 2군을 오갈 만큼 이동이 잦다. 경남 선수들의 훈련량이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조 감독은 올 시즌 상승 원동력으로 “어린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훈련한 결과다. 좋은 자질을 갖췄지만 성장 과정에서 미진했던 선수들이 우리 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제 모습을 찾았다”고 말했다.
○ ‘분석은 나의 힘’
조 감독은 ‘그라운드의 조조’로 불릴 만큼 지능적인 선수로 유명했다. 조 감독의 학구적인 유전자(DNA)는 그대로 팀에 이식됐다. 경남은 상대 팀을 분석해 최적의 전술을 구사하는 방식으로 스타 선수 없는 핸디캡을 메웠다. 매일 저녁 숙소에서 다른 팀의 경기 동영상을 보며 연구를 거듭하는 조 감독은 선수들에게도 ‘머리’를 가장 강조한다.
골키퍼 김병지는 “경기 후 두세 번에 걸쳐 비디오 분석을 한다. 우리가 뭘 잘하고 상대가 어디에 취약한지를 짚는다. 그런 과정을 거쳐 전술 이해도가 굉장히 높아졌다”고 말했다. 경기에서 이기건 지건 조 감독의 냉정한 평가가 이어진다. “어제 경기에선 이겼지만 우리가 가진 능력의 70% 정도밖에 발휘하지 못했다”는 식이다. 못한 부분에 대해선 거센 질타가 이어진다.
○ 든든한 최전방과 최후방
경남은 올 시즌 9경기에서 2골 이상 실점한 적이 없다. 반면 2골 이상 넣은 경기가 9경기 중 5경기나 된다. 올 시즌 합류한 브라질 출신 골잡이 루시오가 최전방에서 공격을 이끌고 뒤에선 베테랑 수문장 김병지가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루시오(9경기 9골)는 성남의 라돈치치(8경기 5골)를 4골 차로 따돌리며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다. 2년 전 허리 부상으로 서울을 떠난 김병지는 경남에서 예전 기량을 되찾았다. 어리고 경험 없는 선수들에게 정신적 리더 역할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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