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분의 1쯤 될까. 아니 100만분의 1도 안 될 것이다. 여성 산악인 오은선(44·블랙야크)이 그동안 히말라야에 새긴 발자국은 광활한 고지의 극히 미세한 부분. 하지만 ‘철의 여인’은 지금 히말라야를 온전히 품었다. 히말라야는 17년 젊음을 바친 그에게 마침내 자신의 14개 고봉(高峰)을 모두 허락했다.
오은선은 27일 오후 6시 15분(현지 시간 오후 3시) 안나푸르나(8091m) 정상에 오르며 여성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 이상 14봉우리를 모두 오른 주인공이 됐다.
오전 5시 캠프4(7200m)를 출발한 오은선은 13시간 15분 만에 안나푸르나 정상에 태극기를 꽂았다. 오은선과 함께 KBS 정하영 촬영감독(44)과 나관주 대원(43), 셰르파 다와 옹추(38), 페마 츠링(29), 체지 누르부 씨(28) 등 6명이 등정에 성공했다.
1997년 7월 가셰르브룸Ⅱ(8035m)를 무산소로 오르며 히말라야 8000m 이상 고봉 등정에 처음 성공한 오은선은 13년 만에 여성 최초 14좌 완등의 금자탑을 세웠다. 남녀를 통틀어선 1986년 이탈리아의 라인홀트 메스너가 첫 14좌 완등을 한 뒤 20번째. 2001년 박영석 엄홍길, 2003년 한왕용에 이어 한국인으로는 4번째로 14개 고봉에 발자국을 찍었다. 특히 오은선은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8850m)와 2번째로 높은 K2(8611m)를 제외하고는 모두 무산소로 올랐다.
안나푸르나 정상에 선 오은선은 “너무 기쁘다. 대한민국 국민과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다”며 감격을 표현했다. 오은선은 이어 지난해 낭가파르바트(8126m) 등정 후 하산 중 숨진 고미영 씨의 사진을 카다(히말라야 지역에서 행운을 기원하는 의미의 황금색 천)에 싸 안나푸르나 정상에 묻었다.
오은선은 캠프4로 내려와 휴식을 취했고 28일 오후 베이스캠프(4200m)에 도착한 뒤 5월 10일쯤 귀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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