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두산), 박용택(LG), 최형우(삼성), 김원섭(KIA), 추승우(한화), 이승화(롯데)…. 이들의 공통점은?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우투좌타(右投左打)들이다. 원래 오른손잡이로 공을 던질 때는 오른손을 사용하지만, 타격을 할 때는 좌타석에 들어서는
유형의 선수를 일컫는다. 국내 야구는 최근 우투좌타가 급증하고 있다. 야구를 처음 시작하는 어린이들 사이에서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반면 1990년대 국내 프로야구에 유행했던 우투양타(右投兩打), 즉 스위치히터는 갈수록 힘을 잃고 있다. 우투좌타의
전성시대,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왜 우투좌타인가?
스위치히터 슈퍼스타 줄어드는 추세
우타자보다 1루 출루시 스타트 이점
우투좌타 후폭풍은 무엇?
특급 아니면 ‘반쪽선수’ 전락 우려
우타 거포 품귀…좌투수 전성시대 ○ 2010년 등록선수 중 우투좌타만 48명
올 시즌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등록된 선수는 총 474명이다. 그 중 10%가 넘는 48명이 우투좌타 유형의 선수들이다. 구단별로 보면 KIA와 롯데가 9명씩으로 가장 많다. 한화(8명), 삼성(7명), 두산(5명), LG(4명), 넥센과 SK(3명씩)가 뒤를 잇고 있다. 물론 이들 중 아마추어 시절 투·타를 병행할 때 우투좌타를 익힌 투수들도 포함됐다. 좌투좌타 98명과 스위치히터 9명까지 합치면 왼쪽 타석에 들어설 수 있는 선수는 총 155명. 전체 등록선수(474명)의 32.7%에 달한다. 3명 중 1명은 좌타석에 들어서는 꼴이다. ○ 우투좌타, 최근 10년 사이 400%% 급증
한국프로야구에서 초창기에는 전문적으로 우투좌타로 활약한 선수는 없었다. 원조선수는 1988년∼1995년 태평양에서 활약한 원원근으로 꼽히고 있다. 1990년대 후반에도 현대 장정석을 비롯해 팀마다 우투좌타 선수는 1∼2명에 불과했다. 1990년대에는 오히려 스위치히터를 시도하는 타자가 더 많았다. 우투좌타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다. 그러나 2001년에 우투좌타는 12명으로 스위치히터(10명)와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2001년과 비교하면 올 시즌 우투좌타는 무려 4배나 급증한 48명에 이르게 된다. ○ 우투좌타의 유리함
야구는 기본적으로는 왼손타자가 유리한 종목이다. 좌타석과 우타석을 비교하면 동일한 타자가 타격 후 1루까지 달릴 경우 좌타자가 우타자에 비해 2발 정도는 앞설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한 좌타자는 타격 후 몸이 자연스럽게 시계방향(1루 방향)으로 돌게 돼 스타트의 이점도 안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타고난 오른손잡이도 좌타자로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국내에 우투좌타가 급속도로 확산된 것은 1990년대 중·후반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의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메이저리그의 박찬호와 일본에 진출한 선동열 이종범 이상훈 등의 활약을 TV 중계를 통해 보면서 우투좌타 슈퍼스타들이 안방으로 파고들었다. 특히 같은 동양인인 일본의 스즈키 이치로와 마쓰이 히데키 등을 통해 우투좌타가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했다. 아마추어 일선 지도자와 학부모들이 우투좌타를 권유하게 된 본격적인 계기였다. ○ 스위치히터보다는 우투좌타 선호
한국프로야구에서 스위치히터로 성공하는 선수가 줄어들고 있다. 스위치히터의 원조인 박종호,이종열(LG), 장원진(두산 코치)과 최기문(롯데) 등이 은퇴를 하거나 주전에서 밀리면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올해 9명이 스위치히터로 등록됐지만 현재 1군 무대에서 스위치히터로 활약하는 선수는 전무한 실정이다.
LG 박종호는 “최근 어린 선수 중에서도 스위치히터로 성공할 만한 재목이 눈에 띄기도 한다. 그러나 1∼2년 안에 성과를 내지 못하면 선수는 언제 잘릴지도 모르는 존재이기 때문에 도전하기가 쉽지 않다. 스위치히터는 좌·우타석에서 훈련하고 밸런스를 찾아야하기 때문에 남들보다 2배 이상 노력해야한다. 감독이나 코치가 전적으로 밀어주고 기다려주지 안으면 어린 선수가 용기를 내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나는 행운아였다. 그래서 우투좌타 선수가 많아지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또한 우투좌타는 야구를 시작할 때부터 배우지만 스위치히터는 대학이나 프로 등 성인이 된 다음에 시도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성공사례도 드물 수밖에 없다. 넥센 정수성, 롯데 박준서 등도 스위치히터에서 아예 우투좌타로 변신했고, 넥센 김민우도 프로 데뷔 후 스위치히터로 변신했으나 결국 우투우타의 길을 걷고 있다. 그만큼 스위치히터로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는 방증이다. 야구를 시작할 때부터 좌타자가 된 박용택은 “다시 태어나면 어릴 때부터 스위치히터 훈련을 하고 싶다”면서 “메이저리그에서도 치퍼 존스 등 스위치히터로 성공한 선수가 많다. 아무래도 좌투수가 나올 때 좌타자는 부담이 많다. 좌타자가 이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 아마추어도 우투좌타 갈수록 확산
프로야구 뿐만 아니라 최근 유소년야구나 고교야구에서도 우투좌타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LG 김진철 스카우트팀장은 “최근 고교야구 대회에 나가 보면 한 팀의 선발 라인업 중 보통 5∼6명이 좌타자다. 외야수는 물론 내야수들까지 우투좌타다. 요즘엔 학부모들이 오른손잡이 아들을 좌타자로 키워달라고 지도자들에게 부탁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설명했다. ○ 우투좌타 열풍의 이면
이렇다보니 오른손 거포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프로야구에서도 사실상 1982년생인 김태균 이대호 이후 이렇다할 우타자 홈런왕 후보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프로 스카우트들도 그래서 고교선수 중 오른손 거포를 찾는 데 혈안이 돼 있지만 “재목이 없다”며 한숨을 쉬고 있다. 앞으로 우타거포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밖에 없다. 또한 좌타자가 득세하다보니 좌투수 전성시대가 함께 열리고 있다. 좌투수는 나이가 들어도 원포인트 릴리프로서의 효용가치를 인정받아 장수하고 있다. 반대로 우타자가 대타로도 장수할 수 있는 시대가 올 수 있다. 김진철 팀장은 “특급 좌타자가 아니라면 좌투수가 나올 때 교체되지 않느냐. 좌타자의 이점은 분명 있지만 반쪽선수로 전락할 가능성도 높다”며 야구를 시작할 때 우투좌타 전향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