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스타에게 등번호는 제2의 이름이다. 현역 때 달던 등번호는 오랫동안 팬들의 기억에 남는다. 은퇴 후 업적을 기려 영구결번의 영광을 누리기도 한다. 호랑이가 죽으면 가죽을 남기듯 스타는 번호를 남긴다는 말도 있다. 국내 농구에선 고 김현준(10번), 김유택(14번), 허재(9번), 전희철(13번)이 있다.
동부 강동희 감독은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허전해진다. 그가 현역 때 달던 5번은 자신의 분신과 다름없다. 1990년 기아 입단 후 강 감독은 ‘5’자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최고의 포인트 가드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2001년 기아가 모비스에 인수된 뒤 이듬해 강 감독은 구단과 마찰을 빚은 끝에 LG로 이적해 2시즌을 더 뛰고 조용히 은퇴했다. 은퇴 당시 모비스는 팀을 떠난 강 감독과 여전히 껄끄러운 관계였고 LG에 몸담았던 기간은 짧았기 때문에 어디에서도 영구결번은 되지 않았다.
같은 포지션인 강 감독의 뒤를 이어 코트를 화려하게 수놓았던 이상민. 그는 현대와 KCC에서 10시즌을 뛰며 3차례 우승을 이끈 뒤 2007년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삼성으로 옮겨 3시즌을 뛰며 2차례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상민이 최근 은퇴를 선언하면서 등번호 11번의 영구결번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졌다. 열성 팬들은 KCC와 삼성 중 어디에서 영구결번을 해야 할지를 놓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
KCC는 이상민의 현 소속이 삼성이라 관망하는 분위기다. 삼성도 이상민에게 최대한의 예우를 해줄 것을 검토하면서도 영구결번의 진정성을 고민하고 있다. 이상민의 절친한 2년 후배인 서장훈은 “두 팀이 함께 영구결번을 하면 좋은 은퇴 선물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프로농구에서는 두 팀뿐 아니라 세 팀에서도 영구결번이 된 전설적인 스타가 있다.
영구결번 문제가 어떤 결론을 맺든 한 시대를 풍미하며 한국 농구를 빛낸 스타의 퇴장이 쓸쓸해서는 안 될 것 같다. 해당 구단을 떠나 한국농구연맹도 뭔가 머리를 맞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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