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연패에 이어 다시 4연패의 늪에 빠진 넥센 선수들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하지만 30일 잠실 두산 3연전을 앞둔 김시진 감독은 “성적은 내 책임이다. 선수들은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있는 동안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배의식에 젖어있으면 탈출구를 마련할 수 없다는 일침이었다. 이날 넥센 선발 번사이드가 1.2이닝 만에 4실점하며 조기 강판됐다. 교체된 투수들도 매 이닝 점수를 내줬다. 승부는 이미 결정된 상황. 하지만 4회 이숭용(사진)이 우중월 2루타로 득점 찬스를 만들었고 송지만이 희생플라이로 첫 득점을 올렸다. 송지만은 6회 2사 후 1·2루에서도 1타점 적시타를 때려냈고, 대타 강벽식 타석 때 도루까지 성공했다. 져도 완봉패만은 하지 않겠다는 의지. 비록 이날 경기로 성적표에는 ‘5연패’가 새겨졌지만 이런 노장선수들의 파이팅에서 넥센은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을 건졌다.
잠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1할타자 박용택?… 지난해 ‘타짱’ 부활포 쾅! LG 4 - 5 SK (문학)
LG 박용택(사진)은 잠실구장에서 야구가 끝나고도 집에 돌아가지 않는다. 홀로 남아 어둡고 쓸쓸한 야구장을 달린다. 곁에서 지켜본 LG 관계자는 “몸을 단련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머리를 쉬게 해주기 위해서일 것”이라고 풀이했다. 박용택은 잘 생긴 외모와 세련된 매너로 ‘쿨가이’란 닉네임을 얻었지만 알고 보면 승부욕이 불같이 강하다. 야구가 뜻대로 안 되면 스스로를 혹독하게 다그치는 스타일이다. 완벽주의자에 가깝다. 이런 박용택에게 29일까지 타율 0.164는 용납할 수 없는 숫자였을 터다. 특히 지난해 타격왕의 자존심을 생각하면 더욱 더 그렇다. LG 박종훈 감독은 지속적으로 박용택을 3번 타순에 넣어 무언의 신뢰를 보냈다. 30일 문학 SK전에서 박용택은 시즌 2호 홈런 포함, 멀티히트로 돌아왔다. 한번 불붙으면 좀처럼 꺼지지 않는 박용택이 LG의 새 엔진으로 가세할 조짐이다.
‘기록의 사나이’ 답다. 올 시즌 프로야구 최고령 타자인 삼성 양준혁(41·사진)이 30일 대전 한화전에서 사상 처음으로 2300안타 고지를 밟았다. 안타 하나, 출루 한 번이 모두 신기록으로 쌓여가고 있는 양준혁의 야구 인생에 또 하나의 이정표가 생겼다. 5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한 양준혁은 3회초 1사 후 한화 우완 선발 유원상을 상대로 깨끗한 우전 안타를 뽑아냈다. 1993년 데뷔 후 18시즌·2092게임·7240타수만에 때려낸 통산 2300번째 안타. 7회 2사 2·3루에서도 2타점 좌전 적시타를 작렬하며 맹활약했다. 양준혁은 “매 타석 안타를 치려고 최선을 다하다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열심히 하고 있다”고 짤막한 소감을 밝혔다. 양준혁은 올 시즌 총 21경기에 출전했다. 앞으로 8경기에 더 나서면 통산 2100게임 출장을 기록하게 된다. 이 기록도 최초다. 불혹의 나이에도 영웅의 발걸음은 이어지고 있다.
조정훈(사진)은 포크볼이라는 빼어난 결정구를 갖고 있다. 직구와 같은 궤적을 그리다 갑자기 뚝 떨어지는 포크볼 특성상, 타자들은 투스트라이크 이후에 몰리면 알고도 당하는 경우가 많다. KIA 타선은 4-3으로 앞선 7회 1사 1루에서 조정훈을 강판시키기 전까지, 모두 7개 안타를 때렸는데 이 중에서 투스트라이크 이후에 나온 안타는 단 하나도 없었다. 1회 김원섭의 2점 홈런은 볼 카운트 0-2에서 직구를 받아친 것이었고, 6회 안치홍의 2타점 2루타 역시 초구를 받아친 것이었다. 삼진(9개)도 많이 당했지만, 타자들이 타석에 들어가기 전 노림수를 갖고 들어갔고 그것이 효과적으로 잘 맞아 떨어졌다는 뜻. 볼넷 2개도 고를 만큼, 조정훈의 투구 패턴에 대한 대응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전날까지 18연속이닝 무득점에 고전하던 조범현 감독은 3번 김원섭 기용 등 승부수를 띄웠는데 시즌 두번째 선발전원안타라는 값진 열매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