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초아, 고별전서 6위 그쳐… 신지애 세계 1위 등극
미야자토-청야니 턱밑 추격… LPGA 춘추전국 예고
신지애
LPGA 새 랭킹 공식 발표
신지애(22·미래에셋)는 언제나 웃는 얼굴이다. 그래서 별명이 ‘미소 천사’다. 그런 신지애가 아쉬움에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지난해 11월 24일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에서 올해의 선수상을 놓쳤을 때다. 대회 직전까지 ‘여제’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에게 8점이나 앞섰지만 공동 8위에 그치는 바람에 단독 2위에 오른 오초아에게 1점 차로 올해의 선수상을 내줬다.
5개월여가 흐른 3일. 신지애는 3년 넘게 계속되던 오초아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세계 1위에 등극했다. 과정은 눈물을 흘렸던 당시와는 정반대였다.
지난달 27일 발표된 세계 랭킹에서 오초아와 신지애는 각각 평균 9.11점과 8.76점으로 1, 2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신지애가 2일 끝난 일본여자프로골프투어 사이버 에이전트 레이디스 골프토너먼트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평균 9.29점으로 점수를 끌어올렸다.
지난달 은퇴를 선언한 오초아는 3일 멕시코 미초아칸 주 모렐리아의 트레스 마리아스GC(파73·6539야드)에서 끝난 LPGA투어 트레스 마리아스 챔피언십에서 고별전을 치렀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오초아는 4위 안에만 들면 세계 1위로 은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초아는 6위에 그치면서 평균 역시 9.20으로 소폭 올랐다. LPGA 홈페이지는 이에 따라 신지애를 1위, 오초아를 2위로 명기한 세계 랭킹을 3일 밤 발표했다.
3일 광주시 홍보대사 위촉식 참여차 일시 귀국한 신지애는 “멍한 느낌이다. 세계 1위가 된다는 것은 수많은 훌륭한 선수의 이름 앞에 ‘신지애’라는 이름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그는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것이 세계 1위”라며 “1위를 유지한다는 소극적 자세가 아니라 ‘세계 랭킹 1위’라는 부담감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에너지로 삼겠다”고 말했다.
‘여제’가 퇴위한 LPGA는 춘추전국시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06년 세계 랭킹이 도입된 이후 1위는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오초아 2명의 차지였다. 오초아는 2007년 4월 이후 3년 넘게 1위였다. 하지만 올 시즌부터는 대회가 끝날 때마다 세계 1위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트레스 마리아스 챔피언십 우승으로 올 시즌 5개 대회 중 3개 대회에서 우승한 미야자토 아이(일본)다. 지난주까지 평균 8.19점으로 5위이던 미야자토는 이번 주 평균 9.11점으로 3위로 뛰어올랐다. 지난주까지 3위였던 청야니(대만)는 8.61점으로 4위다. 여기에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 크리스티 커(미국), 안나 노르드크비스트(스웨덴), 미셸 위도 정상 등극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신지애 “700억 골프교실 광주에 설립”
한편 신지애는 이날 고향인 광주에 ‘파이널 퀸 신지애 골프아카데미’를 세우기 위해 광주시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신지애 측은 광주에 700억 원을 투자해 이 사업 추진을 총괄하고, 광주시는 시 일정 지역에 대한 토지매입, 도시계획 및 건축허가 등 행정적 지원을 맡는다. 이 아카데미에는 LPGA기념관과 체력단련실, 쇼트게임장, 온천시설 등이 만들어질 것으로 알려졌다. 신지애는 “후배들과 함께할 공간을 만드는 데 의미를 두고 싶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광주=김권 기자 goqud@donga.com
■ 女골프 세계랭킹 산정은
최근 2년간 출전 6大투어 35개 대회이상 성적 합산
신지애는 국내 투어에 전념할 때에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의 주요 대회에 출전할 수 있었다. 국내 투어의 성적에 따라 세계랭킹을 끌어올린 덕분이었다.
여자골프 세계 랭킹은 세계 6대 투어인 미국(LPGA), 유럽(LET), 한국(KLPGA), 일본(JLPGA), 호주(ALPG), 영국(LUG) 투어의 성적을 기준으로 삼는다. 산정 기준은 이들 투어에서 2년(104주) 동안 최소 35개 대회에 출전한 성적에 따르며 최근 13주 이내 대회의 성적은 가중치를 받는다. 대회마다 주어지는 포인트는 제각각이다. 상위 랭커와 해당 투어 상금 순위 상위자가 많이 출전할수록 랭킹 포인트는 올라간다. 메이저 대회와 한국오픈, 브리티시오픈 등 내셔널 타이틀이 걸린 대회는 가산점이 붙는다. 대회 평가 점수로 최고인 1000점이 부여되는 4대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면 50점의 랭킹 포인트를 받는다.
신지애는 지난주 평균 8.76점의 랭킹 포인트로 2위였고 1위 로레나 오초아(멕시코)는 9.11점이었다. 미야자토 아이(일본)는 5위(8.19점). 3일 밤 발표된 세계랭킹에 따르면 신지애는 2일 일본 투어에서 정상에 오르며 32.19점의 랭킹 포인트를 추가했다. 3일 LPGA투어 트레스 마리아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미야자토는 51.48점, 6위에 머문 오초아는 4.07점을 받았다.
2006년 2월 21일 처음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안니카 소렌스탐이 1위에 올라 60주 동안 정상을 지키다 그 후 오초아가 지난주까지 158주 동안 그 자리를 유지해 왔다. 신지애는 그동안 국내는 물론이고 미국, 유럽, 호주, 일본을 넘나들며 굵직한 대회에서 뛰어난 성적을 낸 덕분에 랭킹 포인트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다. 여자골프 강국 한국은 세계 500위 이내에 가장 많은 128명의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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