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선 만난 홀리 “14좌 완등 축하”

자료집의 ‘칸첸중가 등정 논쟁중’ 표시 지울 계획은 없다고 밝혀

여성 세계 최초 히말라야 8000m 이상 14좌 완등 인증 여부로 관심을 모았던 오은선(44·블랙야크)과 엘리자베스 홀리 씨(86)의 인터뷰가 3일 네팔 카트만두 홀리 씨의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당초 네팔 전역에 걸친 반정부 시위로 국가 기능이 마비돼 인터뷰 날짜가 불투명했지만 홀리 씨 측이 오은선에게 연락을 취해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48년 동안 히말라야 등정자들을 인터뷰하고 기록을 정리한 홀리 씨는 산악인들 사이에서는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홀리 씨는 스페인의 에두르네 파사반이 제기한 오은선의 칸첸중가(8586m) 등정 의혹에 대해 물었다. 마지막으로 14좌 완등을 했느냐는 질문을 던진 뒤 오은선이 “그렇다”고 답하자 “축하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논쟁 중이라고 표시한 오은선의 칸첸중가 등정 상태를 바꿀 계획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오은선을 칸첸중가 등정자 리스트에서 뺄 계획도 없지만 파사반 측이 의혹 제기를 취소하지 않는 이상 ‘논쟁 중’이라는 표시를 지울 계획도 없다”고 답했다. 이날 둘의 인터뷰는 한국은 물론이고 외국 기자들을 철저히 통제한 채 이뤄졌다. 본보는 인터뷰를 마친 오은선과 홀리를 각각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홀리 “완등 의심 않지만 논란이 있는것은 사실”
오은선 “파사반 제기 의혹 조목조목 해명했다”

○ 오은선과의 문답

―홀리 씨가 칸첸중가에 대해 무엇을 물었나.

엘리자베스 홀리 씨(86)의 사무실. 뉴질랜드 국기 아래쪽에 ‘뉴질랜드 영사관 미스 엘리자베스 홀리’라고 쓰인 문패가 붙어 있다. 카트만두=한우신 기자

“1시간 정도 인터뷰했는데 대부분은 이번에 등정한 안나푸르나(8091m)에 관한 내용이었다. 인터뷰 말미에 칸첸중가에 대해 물었다. 파사반이 제기한 대로 우리 원정대의 로프가 정상 아래 200m까지만 있었느냐고 묻기에 거기까지만 로프를 깔았고 그 위로는 안자일렌(대원들을 로프로 하나로 묶어 등반하는 방식)으로 정상까지 갔다고 답했다. 내가 간 루트에 대해 설명했고 정상 사진을 찍은 위치와 당시 날씨에 대해서도 말했다. 파사반이 내가 오른 루트에 대해 잘못 알고 홀리 씨에게 얘기했기에 제대로 설명해줬다. 홀리 씨는 나와 함께 칸첸중가에 오른 셰르파들은 어디 있는지도 물어봤다. 셰르파들도 인터뷰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

―홀리 씨와 또 만날 계획이 있나.

“내가 홀리 씨에게 6일 리셉션에 올 수 있는지 물었는데 그건 불가능하다고 했다. 나중에 가볍게 따로 만나자고 약속했다. 14좌 완등을 축하한다는 인사에 ‘고맙다. 건강하시라’고 답하고 인터뷰를 끝냈다.”

○ 홀리 씨와의 문답

―당신이 오은선의 칸첸중가 등정을 ‘논쟁 중’으로 바꾸는 바람에 논란이 커졌다.

“논쟁 중이기 때문에 논쟁 중이라고 한 것이다. 나는 등반에 대해 기록하는 사람이지, 판단을 내리는 사람은 아니다. 파사반 측이 의혹을 제기했고 나는 그것을 들었다. 오은선의 등반을 의심하지는 않지만 논란이 있다는 사실 자체는 맞지 않나. 스페인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논란이 있었다고 알고 있다.”

카트만두=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