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LG팬들에게 베스트셀러는 ‘박종훈의 오지환 육아일기’다. LG를 들었다 놓았다 하는 롤러코스터,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다. 이제 LG는 오지환의 플레이 하나 하나에 웃고 우는 팀이 됐다. 박 감독은 인내심을 발휘하며 시즌 개막 후 줄곧 그를 주전 유격수로 기용하고 있고, LG팬들도 그의 스릴 넘치는 성장일기를 지켜보고 있다.
○롤러코스터에서 해결사로
오지환은 4일 잠실 두산전에서 3-5로 뒤진 3회말 역전 결승 3점홈런으로 팀을 4연패의 늪에서 구하면서 영웅이 됐다. 올 시즌 홈런 3방은 모두 3점짜리로 결정타였다.
주위에서 이런 얘기를 하자 박 감독은 “제2의 한 감독 되는 거 아냐?”라며 웃었다. ‘해결사’로 유명한 한화 한대화 감독이 현역 시절 ‘3점홈런의 사나이’였기 때문. 오지환은 팀내 홈런(3) 공동1위 및 타점 2위를 달리고 있다. 또한 승리타점도 4개나 기록해 조인성과 팀내 공동 1위다.
반면 실책(10개)과 삼진(31개)은 리그 선두를 다투고 있다. 결정적 실수와 결정적 한방. 승리와 패배 중심에 바로 오지환이 있다.
○성적부담 없이 기용, 이젠 오지환 때문에 성적 기대
박 감독은 “처음에는 성적에 대한 부담이 없었기에 오지환을 계속 기용할 수 있었지만 이젠 반대로 오지환으로 인해 성적에 대한 욕심을 낼 수 있는 상황이 됐다”며 전력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그를 반겼다.
그러면서 2005년 SK에 입단한 정근우를 떠올렸다. 당시 박 감독은 SK 수석코치였는데, 정근우의 모습은 지금의 오지환처럼 럭비공이었기 때문.
그러나 정근우도 시행착오를 겪고 경험을 쌓으면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2루수로 성장했다. 박 감독은 오지환에 대해 “올해까지는 헤맬 줄 알았지만 예상보다 빨리 성장하고 있다”며 긍정적인 면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팀내 홈런-승리타점 1위…실책도 최다
롤러코스터 성적에도 붙박이 주전 기용
방망이 적극성 앞세워 빠른 성장세 흐뭇
○정신적으로 강한 기대주
박 감독은 오지환의 장점에 대해 손목힘과 함께 멘털적인 측면을 꼽았다. 특히 어린 나이에도 정신적으로 매우 강하다고 평가하면서 4일의 홈런보다 이후 8회의 타격을 주목했다.
“선두타자로 나서 볼카운트 1-3에서 쳤는데, 베테랑 타자도 소극적으로 기다리기 쉬운 상황이었다. 중견수플라이에 그쳤지만 아주 잘 맞은 타구였다. 어린 선수가 그렇게 공격적으로 치기 쉽지 않다.”
또한 지난달 25일 잠실 한화전 7회에 대타 최동수의 고의4구로 만루가 된 상황에서 마일영의 초구 커브를 바로 받아쳐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연결한 장면을 보고 “보통선수가 아니구나”라고 느꼈다고 했다.
○갈수록 커지는 존재감, LG 아이콘으로 급부상
최근 팬들은 유니폼 상의(저지)를 걸치고 야구장을 찾는 게 유행이다. 거기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의 이름을 새겨넣는다. LG 홍보팀 공병곤 차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대형이 단연 1위였다. 봉중근과 박용택이 2∼3위를 다퉜는데, 이대형 이름을 새기는 팬은 2위권과 비교해도 항상 2배 이상이나 많았다. 그런데 올해 오지환이 수년간 1위를 지킨 이대형을 앞서고 있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인기만큼이나 팀내 비중도 커지고 있다. 박 감독은 “빅5가 잘 했으면 오지환은 존재감을 작게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빅5가 부진하면서 지금은 팬들이나 매스컴의 포커스가 온통 오지환에게 맞춰지고 있다”면서 “부담이 되고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지만 훌륭하게 이겨내고 성장하고 있다”며 흐뭇하게 바라봤다.잠실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