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개막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지상파 3사가 한국전 경기 중계권을 놓고 갈등을 빚으며 공동중계 협상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밴쿠버 겨울올림픽에 이어 SBS의 단독중계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KBS와 MBC는 협상을 계속해 공동중계를 이끌어 내겠다는 입장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중계를 둘러싸고 SBS가 사실상 단독중계 방침을 굳히는 가운데 KBS MBC가 공동 중계를 두고 막판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지상파 3사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시정 조치에 따라 지난달 말까지 협상을 벌였지만 타결점을 찾지 못했다. SBS는 4일 메인뉴스에서 “이번 월드컵은 SBS의 단독중계가 불가피해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KBS와 MBC는 개막(6월 11일) 전까지 공동 중계 협상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밝혔으며 SBS는 KBS MBC가 요구 조건을 바꾸면 협상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현재 협상의 쟁점은 한국전 중계와 중계권료이다.
○ 4년 끈 협상, 입장 차 여전
KBS MBC SBS는 2006년 5월 중계권 협약인 ‘코리안 풀’을 구성했지만 SBS는 그해 8월 2010년, 2014년 월드컵 중계권을 1억4000만 달러(약 1555억 원)에 단독으로 따냈다.
방통위는 지난달 23일 지상파 3사가 중계권 협상을 충실히 하라고 시정 명령을 내렸지만 3사는 3일 협상 결렬을 방통위에 보고했다. 방통위는 시정명령 위반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다.
지상파 3사가 가장 큰 이견을 보인 것은 한국전과 결승전 등 8개 경기의 중계권이다. SBS는 한국, 북한의 예선전 각 3경기, 개막전, 결승전 등 8경기는 “절대 양보할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당초 단독 중계를 하려던 일본과 호주 경기는 양보했다. 하지만 KBS MBC는 “한국전을 한 경기도 중계 못하게 하는 것은 협상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반발했다.
중계권료 분담도 여전히 평행선이다. 6500만 달러(약 721억 원)에 남아공 월드컵 중계권을 따낸 SBS는 KBS에 316억 원(KBS1 중계 조건), MBC에 408억 원을 요구했다. SBS는 이미 분할 납부한 중계권에 대한 이자에다 세금 등을 포함했다고 하지만 KBS와 MBC의 부담금(724억 원)이 당초 중계료와 맞먹는다.
KBS 박영문 스포츠국장은 “SBS가 공짜로 월드컵을 중계하겠다는 심산”이라고 말했다. SBS 성회용 정책팀장은 “SBS는 대표팀의 예선 탈락 등 위험을 감수하고 중계권을 샀다. 리스크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이 걸림돌인가 한국-북한-개막-결승전 8경기 SBS “절대 양보 못해” 선그어 KBS-MBC “끝까지 계속 협상”
왜 해법 못찾나 시청자 볼 권리는 뒷전 방송사들 자사 이익에만 골몰 방통위도 제대로 중재 못해
○ KBS MBC “끝까지 협상”, SBS “요구 조건이 바뀌어야”
방통위는 이달에 지상파 3사가 중계권 협상을 얼마나 성실하게 했는지 살필 예정이다. 하지만 과징금 부과 외에는 별다른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없어 공동중계 사안은 다시 지상파로 넘어올 수밖에 없다.
KBS와 MBC는 경기장에서 현장중계를 못하더라도 화면을 받아 스튜디오에서 중계하는 오프튜브(Off-Tube) 방식으로 중계를 희망하고 있다. SBS도 확보한 중계석을 양보하지 않아도 돼 부담이 적다. 오프튜브는 개막 며칠 전에만 타결해도 중계에는 문제가 없다. MBC 허연회 스포츠국장은 “현장 분위기를 전하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오프튜브 방식이라도 할 수 있게 협상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KBS와 MBC는 SBS에 한국 예선 3경기 중 2경기 중계, 중계 경기 지명권, 한국 16강전 중계 등을 양보하는 대신 한국의 예선전 3경기 중 한 경기만이라도 중계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KBS 박영문 국장은 “국가 기간방송인 KBS가 월드컵을 중계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구체적인 협상 일정은 나오지 않았지만 끝까지 협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SBS 성 팀장은 “한국전, 북한전 등 8경기는 오프튜브든 현장중계든 양보할 수 없는 카드”라면서 “KBS MBC의 요구사항이 바뀌면 협상을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KBS와 MBC는 중계권 협상과 별도로 남아공 월드컵 현장에 취재인력(KBS 20명, MBC 8명)을 파견해 뉴스를 제작할 예정이다. SBS도 뉴스 보도용 영상을 다른 언론사에 제공할 예정이다.
○ 자사 이해 걸려 제자리걸음
전문가들은 월드컵 중계권 결론이 나지 않은 것에 대해 방송사들이 자사 이익을 지나치게 앞세우는 데다 방통위도 제대로 중재를 하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동섭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월드컵에 대한 보편적 시청권 기준이 전체 가구 수 90% 이상이 시청 가능하냐는 것인데 뒤집어 보면 10%는 못 봐도 된다는 뜻”이라며 “지상파와 정부는 원하는 시청자가 한 사람도 빠짐없이 볼 수 있게 하는 방안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용준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방통위가 중계권 관련법을 명확히 하지 않아 혼란을 빚은 측면이 있고 지상파들은 중계권 확보 경쟁에만 나서고 있다”면서 “만약 공동중계를 한다면 순차 중계를 하되 중요 경기는 2개 채널이 동시 중계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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