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크린 골프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골프존. 김영찬 골프존 사장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사옥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창립 10년째를 맞은 골프존은 지난해 1400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 목표는 2010억 원으로 잡고 있다. 사진 제공 골프존
그의 휴대전화 뒷자리 번호는 ‘1872’이다. 18홀에 72타를 치고 싶다는 희망이 담겼다. 그는 아직 72타를 기록해 보지 못했다. 하지만 골프 비즈니스에서는 이미 언더파를 쳤다.
골프존 김영찬 사장(64). 스크린 골프의 개척자인 김 사장은 불모지였던 이 분야에서 어느덧 독보적인 위치에 올랐다. 골프존은 국내 스크린 골프 시장에서 8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이 1400억 원에 이르며 올해 목표는 연도와 같은 숫자인 2010억 원이다.
마침 8일은 골프존 창립 10주년. 강산이 한 번 변하는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홍익대 기계학과 출신인 김 사장은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GM코리아를 거쳐 1979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사업부장으로 교환기, 팩시밀리 등 제품 판매를 맡았다. 1993년 독립을 선언해 음성사서함 업체인 영밴을 운영한 뒤 2000년 골프존을 창업했다.
“50대 중반에 새 일을 하려다 보니 아이템 잡는 데만 3년 정도 걸렸어요. 내 나이 또래 사람들이 즐겁게 할 수 있는 걸 찾아보려고 시작했는데…. 한창 재미를 붙인 골프에 당시 각광을 받던 인터넷, 정보통신, 네트워크를 결합한 뭔가를 구상해 봤죠.”
1990년 골프에 입문한 김 사장의 베스트 스코어는 대전 유성CC에서 기록한 75타. 핸디캡은 12로 요즘도 쉬운 코스에서는 자주 ‘7’자를 그린다.
골프의 매력에 푹 빠진 그는 골프 시뮬레이터 사업으로 아이템을 결정한 뒤 10년 전 대덕연구단지에 작은 사무실을 냈다. 직원은 김 사장을 포함해 5명이었다. 그랬던 골프존이 10년 만에 임직원 350여 명, 매출은 140배로 급성장했다.
김 사장은 가장 잊을 수 없는 순간으로 첫 제품을 시연했던 때를 꼽는다.
“회사 설립 후 1년 6개월 만에 첫 제품이 나왔어요. 2001년 11월 경기 안산의 한 실내연습장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시연회를 했습니다. 스크린 골프를 처음 해본 분들이 희한해하면서도 재밌어하는 모습에 잘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죠.”
골프존의 스크린 골프는 입소문을 타고 금세 전국적인 인기를 누리기 시작했다. 큰 비용과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골프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부킹 전쟁을 치르는 주말 골퍼들에게는 큰 매력이었다.
김 사장은 자신이 필드에서 느꼈던 경험을 접목해 제품을 꾸준히 업그레이드했다.
“국내 골프장은 산악 지형이 많잖아요. 실제처럼 업다운 라이를 가능하게 한 스윙 플레이트를 도입해 효과를 톡톡히 봤죠. ‘나스모(나의 스윙 모션)’를 활용한 원 포인트 레슨도 반응이 좋았습니다.”
온오프 라인을 통합한 문화공간을 구현하고 있는 것도 골프존만의 차별화된 장점이다. 실시간 온라인 대회 참여, 랭킹 서비스, 쇼핑몰 운영 등도 호평을 받았고 지난해 대한민국 스포츠산업 대상을 받기도 했다.
골프존은 2004년부터 해외 진출에 나서 3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이미 큰 호응을 얻었다. “오사카에 있는 골프존 매장에 갔는데 중년 부부가 맥주 한 잔씩 마시면서 스크린 골프를 즐기더군요. 도쿄 긴자의 한복판에는 골프존 대형 광고판이 서 있습니다. 이제 눈을 밖으로 돌려야 합니다.”
골프존은 지속적인 사회 공헌 활동도 펼쳐 왔다. 창립 10주년 행사의 일환으로 6일에는 대전 지역 불우이웃돕기 행사를 열었다.
지난 10년 동안 앞만 보고 달려온 김 사장은 10년 후를 어떻게 내다볼까.
“늘 고객과 시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전체 직원의 3분의 1은 연구 인력이고 연간 매출의 10%를 연구개발비로 쓰고 있습니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새로운 세상을 향해 도전할 겁니다. 닷컴과 문화 기업으로서 업계 최고가 되고 싶습니다.”
끝으로 궁금증 한 가지. 구력 20년인 김 사장은 실제 필드와 스크린 골프 중 어느 쪽 스코어가 더 나을까. “점수는 비슷하게 나옵니다. 스크린은 1주일에 2번 정도 치고요. 필드는 그보다 훨씬 적게 나가죠. 어디든 편하게, 즐겁게 치면 그만 아닐까요.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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