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잃은 트랙의 별, 코트에서 반짝일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8일 03시 00분


‘약물복용 추락’ 美육상 슈퍼스타 매리언 존스, 농구로 제2인생 도전

징역형… 메달박탈… 두번 이혼
시련 딛고 3월 프로농구 입단
이젠 35세된 세 아이의 엄마
데뷔 앞두고 묵묵히 구슬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단거리 여왕 등극 이후 금지약물 복용 사실이 드러나 끝없이 추락했던 미국 육상 스타 매리언 존스가 육상 트랙이 아닌 농구 코트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3월 미국여자프로농구 털사 쇼크에 입단해 데뷔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존스에게 미국 언론도 다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진 제공 뉴욕타임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단거리 여왕 등극 이후 금지약물 복용 사실이 드러나 끝없이 추락했던 미국 육상 스타 매리언 존스가 육상 트랙이 아닌 농구 코트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3월 미국여자프로농구 털사 쇼크에 입단해 데뷔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존스에게 미국 언론도 다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진 제공 뉴욕타임스
《2008년 3월 11일 매리언 존스(35·미국)는 남편 오바델레 톰프슨이 운전하는 일제 혼다 차량을 타고 미국 텍사스 주 포트워스에 있는 연방교도소에 도착했다. 주차장에서 남편과 몇 차례 포옹을 나눈 존스는 곧이어 건장한 교도관 두 명이 양쪽에서 동행하는 가운데 묵직한 철문을 지나 건물 안쪽으로 사라졌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가장 빛나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미국 여자 육상 스타의 화려한 시절은 영원히 사라지는 듯했다. 존스는 시드니에서 육상 여자 100m, 200m, 1600m 계주 3관왕을 포함해 모두 5개의 메달을 획득하며 부와 명예를 거머쥐었다. 하지만 이후 불거진 금지약물 복용 혐의를 계속 부인하다 2007년 결국 시인해 징역 6개월을 선고 받았다.》성공 과정이 화려했던 만큼 추락 또한 가파르기만 했다. 올림픽 이후 해마다 300만 달러를 벌어들였던 존스는 약물 복용 사실을 시인할 때쯤에는 빚더미에 올랐고 수중에는 현금 2000달러밖에 없었다. 그동안 두 번 이혼했다. 톰프슨은 세 번째 남편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시드니에서 작성한 그의 기록을 삭제하고 메달도 박탈했다.

그러나 스포츠에 대한 존스의 열정은 식지 않았다. 그는 지금 다시 달리고 있다. 육상 트랙에서 길이 막힌 존스는 지난해 10월 농구선수로 제2의 삶에 도전한다고 선언한 뒤 올해 3월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신생팀 털사 쇼크에 입단했다.

미국 뉴욕타임스 매거진 기자가 3월 말 털사에 있는 구단의 농구 코트를 찾았을 때 한창 훈련 중인 존스는 활기가 넘쳤다. 존스에게 농구는 처음이 아니다. 1994년 노스캐롤라이나대 농구팀 멤버로 그해 팀을 전국 챔피언에 올려놓았다. 2003년 WNBA 드래프트에도 참여해 3라운드에서 피닉스 머큐리에 지명받기도 했다.

35세의 나이에 세 자녀의 엄마인 존스가 농구선수로 성공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그의 영입을 주도한 놀런 리처드슨 털사 감독은 성공 가능성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다. 포인트 가드인 존스는 아직 점프 슛과 볼 다루는 기술이 미숙하지만 팀 내에서 가장 열심이고 여자 농구선수로 세계에서 가장 빠르며 수비 능력도 좋다고 그는 평가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여자 200m 결승에서 1위로 골인한 매리언 존스. 동아일보 자료 사진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여자 200m 결승에서 1위로 골인한 매리언 존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농구 코트 밖에선 존스에 대한 재조명 움직임이 있다. 존스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제작돼 올가을 스포츠전문 케이블TV ESPN에서 방영될 예정이고 ‘삶의 교훈들’이라는 제목의 자서전도 곧 출간된다.

존스는 “나는 엄청나게 힘든 훈련을 즐긴다. 그 훈련이 내 몸을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완전히 무너뜨리는 바로 그 순간 새로운 단계로 올라서기 때문이다. 그런 훈련이 끝나면 나의 존재감은 더욱 강해지고 예전보다 더 나은 내가 된다”고 말했다.

혹독했던 인생의 시련을 겪은 존스는 코트에서 제2의 인생을 꽃피울 수 있을까.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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