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35·미국)는 대회 마지막 날이면 승리를 부르는 빨간 티셔츠를 입는다. 하지만 지난주 퀘일할로챔피언십에서는 2라운드에 79타로 무너지는 바람에 컷오프에 탈락해 이 옷을 입을 기회조차 없었다.
그로부터 1주일이 흘러 10일 미국 플로리다 주 폰트베드라비치의 소그래스TPC(파72)에서 열린 플레이어스챔피언십 4라운드. 우즈는 붉은 옷차림으로 나섰지만 7번홀에서 두 번째 샷을 날린 뒤 목 통증을 이유로 기권을 선언했다. 전날까지 선두에 10타 뒤진 공동 45위(4언더파)로 우승과 거리가 멀어진 우즈는 이날 6번홀까지 보기 2개로 2타를 잃은 상황이었다.
우즈는 “마스터스를 앞두고 목이 아프기 시작했지만 경기를 계속했다. 더는 견딜 수 없었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등 정밀진단을 받겠다”고 말했다. 미국 ESPN의 부상 분석가인 스테파니아 벨 씨는 “우즈가 손가락이 찌릿찌릿하다고 밝힌 것을 보면 목 디스크의 전형적인 증상”이라고 설명했다. 부상 여파인 듯 올 시즌 283야드였던 우즈의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는 이번 대회에서 265야드까지 떨어졌다.
목 부상 이유를 둘러싼 다양한 분석도 쏟아졌다. 지난해 11월 심야 교통사고의 후유증이라는 지적과 함께 섹스 스캔들로 5개월을 쉬는 동안 복귀를 위해 무리하게 훈련한 탓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우즈의 경기 도중 기권은 역대 세 번째. 2006년 닛산오픈에서 감기로 중도 하차했고 아마추어 시절이던 1995년 US오픈에서 손목 부상으로 경기를 중단했다.
이번 기권으로 우즈는 시즌 최저타수 선수에게 주는 바든 트로피 수상 자격을 상실했다. 바든 트로피를 수상하려면 경기 중 기권한 사례가 없어야 한다.
‘플레이어스’ 클라크 우승
호랑이가 빠진 굴에서 펭귄이 짜릿한 역전 우승을 이뤘다. 세계 랭킹 40위 팀 클라크(남아공)는 4라운드에 5타를 줄여 합계 16언더파로 로버트 앨런비(호주)를 1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불룩 나온 배와 뒤뚱거리는 걸음걸이로 ‘펭귄’이라는 별명이 붙은 클라크는 8차례 준우승 끝에 생애 첫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우승 트로피와 함께 171만 달러(약 19억 원)에 이르는 거액의 우승 상금을 챙겼다. 최경주와 양용은은 나란히 공동 34위(3언더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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