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cup D-30]“심판으로서의 최고의 영예… 한경기 한경기 최선을 다하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12일 03시 00분


정해상 심판, 남아공 월드컵 그라운드 누벼

“심판으로서 가장 큰 영광입니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외에 남아공 월드컵 잔디를 밟는 또 하나의 주인공이 있다. 바로 그라운드의 포청천 심판이다. 대한민국 심판도 이번 월드컵에서 잔디를 밟는다. 지난해 K리그 최우수 심판으로도 선정됐던 정해상 심판(40·사진)이다.

정 심판의 경력은 화려하다. 지난해 이집트에서 열린 20세 이하 청소년 월드컵 3, 4위전에서 부심을 맡았다. 2007년 한국에서 열린 17세 이하 청소년 월드컵에서는 결승전 부심으로 뛰었다.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인정받는 심판으로서 꾸준하게 각종 FIFA 주관 대회에서 그라운드를 누볐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 뽑히면서 그는 최고 수준의 심판으로 인정받았다.

선수 시절은 지금만큼 화려하지 못했다. 선수 생활도 길지 않았다. 대학교에 입학한 뒤 진로에 대해 고민하다가 바로 선수 생활을 접었다. 축구와 인연이 끝났다고 생각할 무렵 한 체육대회에서 선수로 뛸 때 그의 실력을 눈여겨본 한 심판의 눈에 띄면서 그의 인생은 바뀌었다. 그 심판의 제의로 심판 공부를 시작해 1998년 1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1급 자격증을 딴 뒤 그는 하루도 빠짐없이 운동을 했다. 영어학원도 3년간 빠짐없이 다녔다. 2003년 프로 심판, 2005년 국제심판 자격증을 땄다. 정 심판은 “선수로서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심판으로서는 성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심판의 최고의 영예라는 월드컵 무대에 서기까지 그간 개인적으로 어려웠던 점도 있었다. 그는 지난해 약 9개월간 밖에서 생활했다. 그는 “K리그와 국제대회를 위해 호텔생활을 자주 했다. 아내가 처음에는 이런 생활에 힘들어했지만 이제는 이해를 해주는 든든한 지원군이다”고 말했다. 심판의 묘미는 무엇일까. 그는 “심판은 잘해야 본전이고 못하면 비난의 대상이다. 간혹 실수를 하면 그날 밤 잠이 오지도 않는다”며 “그래도 심판은 묘한 매력이 있는 직업이다”고 말했다.

다음 달 2일 남아공 현지로 들어가는 그는 이번 월드컵에 대한 소박한 목표가 있다. 그는 “한국 대표로 가는 만큼 내가 못하면 한국이 욕을 먹는다고 생각한다.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밝혔다. 월드컵 심판은 만 45세까지 할 수 있다. 40세인 정 심판에게는 아직 월드컵에서 뛸 또 한 번의 기회가 있다. 정 심판은 “욕심일 수 있겠지만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다시 한 번 잔디를 밟고 싶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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