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시즌이라 생각하니 하루하루 소중 지난해 10월 15일, 광주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 SK 대표선수 자격으로 참석한 김재현(35·사진)은 “나의 베스트는 내년까지가 한계일 것”이라며 “2010년 시즌이 끝난 뒤 은퇴하겠다”고 폭탄 선언을 했다.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다분히 충동적인 발언이었지만 “작년(2008년) 시즌 후 프리에이전트(FA)로 2년 계약을 한 뒤부터 일찌감치 생각해 왔던 것”이라는 게 당시 그의 설명이었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한해라도 현역 생활을 더 하려고 하는 게 일반적이다. 은퇴 시기에 몰린 선수들이 구단, 또는 감독과 사이가 멀어지는 것도 십중팔구 그런 연유에서다. 그다지 많지 않은 나이에, 그것도 ‘1년 뒤 은퇴’를 공언한 그가 색다르게 다가온 것도 그래서였다.
11일 사직 롯데전을 앞둔 그에게 그 계획에 변함이 없냐고 묻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똑같다. 올 시즌이 끝나면 깨끗하게 은퇴할 것”이란 답이 돌아왔다. 은퇴 계획을 밝힌 것도, 그 결심에도 후회나 미련이 남지 않는다고 했다. ‘구단이 좀 더 현역 생활을 하라고 권유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말에 “우리 팀엔 선수들이 많은데 그럴 일도 없을 테지만, 만약 그런 일이 있더라도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래서인지 올 시즌 하루하루가 더 소중하게 다가온다”고 덧붙였다. “야구를 좀 더 잘해야 하는데…”라고 말꼬리를 흐리기도 했다. 전날까지, 0.255에 불과한 타율을 떠올린 듯 했다.
은퇴 뒤 계획을 묻자 “아직까지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 “야구계를 완전히 떠나든가, 아니면 지도자 수업을 위해 유학을 가든가 둘 중 하나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제까지 내가 해 온 게 야구고, 제일 잘 할 수 있는 것도 야구 아니겠느냐”는 말로 지도자 수업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살며시 내비쳤다.
지난해 그가 충동적인 ‘은퇴 발언’을 한 것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한국시리즈에서 꼭 우승하고 싶다’는 각오를 밝히면서였다. 그러나 SK는 지난해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다. 17년간의 현역 생활을 마감하는 그가 요즘 ‘소중한 하루 하루’를 보내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웃으면서 떠나고 싶다’는 김재현의 소망이 이뤄질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