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출범한 한국 프로야구가 배출한 최고 투수로는 최동원 전 한화 코치와 선동열 삼성 감독이 꼽힌다.
최 코치는 150km가 넘는 빠른 공에 폭포수같이 떨어지는 커브로, 선 감독은 불같은 강속구에 칼날 슬라이더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최 코치는 1984년에 한 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224개)을 세웠고, 선 감독은 1991년 6월 19일 빙그레전에서 13이닝을 던지며 한 경기 최다인 18탈삼진을 뽑아냈다. 두 사람은 9이닝을 기준으로는 각각 16개의 탈삼진을 뽑아내 KIA 이대진과 함께 이 부문 공동 1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하지만 11일 한국 프로야구에 새로운 역사가 쓰였다. 새로운 기록의 주인공은 한화의 ‘괴물투수’ 류현진(23)이다. 왼손 투수 류현진은 현역 최고의 ‘닥터 K’다. 2006년 데뷔하자마자 204탈삼진으로 이 부문 1위에 올랐고, 2007년(178개)과 지난해(188개)에도 탈삼진 왕에 올랐다.
안 그래도 좋은 투수지만 이날 청주구장에서 벌어진 LG와의 경기에서 그는 더욱 특별했다. 류현진은 LG 타선을 상대로 무려 17개의 탈삼진을 뽑아내며 한 경기 정규이닝(9이닝) 최다 탈삼진 기록을 세웠다. 최동원과 선동열, 이대진 등 전설적인 ‘닥터 K’를 모두 뛰어넘은 것이다.
1회 1사 후 박경수와 이진영을 연속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운 것은 신화의 시작이었다. 이후 9회까지 매 이닝 삼진 행진을 이어갔다. 운명의 9회 초. 직전 이닝까지 15탈삼진을 기록하던 류현진은 1사 2루에서 조인성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며 타이기록에 도달했다. 마지막 타자는 대타 이병규(9번). 류현진은 볼카운트 2스트라이크 1볼에서 타자 앞에서 뚝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승부구로 택했고 이병규의 방망이는 허공을 갈랐다. 대기록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이날 류현진은 최고 150km에 이르는 빠른 공을 주무기로 커브와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골고루 섞어 던졌다. 투구수는 124개. 6회 선두 타자 이병규(24번)에게 불의의 솔로 홈런을 맞은 게 옥에 티였다. 류현진의 9이닝 5피안타 1실점 호투 속에 한화는 LG를 3-1로 꺾었다.
류현진은 “작은 구장이라 더 힘 있게 던지자고 생각했는데 워낙 컨디션이 좋았다. 신경현 선배님의 리드도 좋았다”며 “두 자릿수 승수와 시즌 전 목표로 삼았던 2점대 평균자책에 더 신경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광주 경기에서는 KIA가 에이스 윤석민의 9이닝 2실점 완투에 힘입어 넥센을 5-2로 꺾었고, 삼성은 잠실에서 두산을 11-2로 대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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