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에이스 류현진은 11일 청주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프로야구 역사를 다시 썼다. 9이닝을 완투하며 17개의 삼진을 잡았다. 최동원 선동열 이대진이 갖고 있는 정규 이닝(9이닝) 최다 탈삼진 기록(16개)을 뛰어넘는 신기록이었다. 8회 삼진 2개를 추가하며 자신의 기록(14개)을 넘어선 뒤 9회 1사 2루에서 조인성과 이병규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새 역사를 완성했다.》
타선-불펜 지원 못받고 팀 연패 막을 책임까지…
이날 류현진이 7회까지 100개의 공을 던졌을 때 팀은 3-1로 앞섰다. 대개 이런 상황이라면 중간 계투가 1이닝 정도를 던지고 마무리 투수가 나오는 게 보통. 하지만 류현진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흥미로운 건 기록 달성을 위한 의도적인 완투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한대화 한화 감독과 류현진 모두 경기 중에는 신기록을 의식할 여유는 없었다.
류현진은 오로지 팀 승리를 위해 완투를 했다. 올 시즌 꼴찌로 처진 한화의 허약한 불펜 투수진은 2점을 지키기엔 불안했다. 류현진과 다른 투수들의 실력차는 엄청나다. 타선마저 힘이 빠진 상태라 류현진의 팀 내 비중은 절대적. 류현진이 선발로 등판하는 경기를 이기지 못하면 곧 연패를 의미한다. 실제로 한화가 4월 24일 LG전부터 5월 7일 넥센전까지 11연패를 당한 데에는 류현진마저 흔들렸던 탓이다.
류현진은 2006년 입단할 때부터 에이스로 활약했다. 하지만 올해처럼 홀로 팀을 이끌지는 않았다.
올 시즌 한화에서 외로운 에이스가 된 류현진의 모습과 비견될 만한 이는 롯데 손민한이다. 1997년 입단한 손민한은 2001년 15승(6패)을 올리며 에이스 입지를 굳혔으나 롯데는 그해부터 2004년까지 4년 연속 꼴찌라는 어둠의 시간을 보냈다. 지난해 KIA를 챔피언으로 이끈 윤석민도 2007년에는 18패(7승)를 홀로 떠안은 처량한 신세였다.
꼴찌 에이스의 원조는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삼미 인호봉과 이듬해 입단한 장명부가 꼽힌다. 1986년 빙그레(현 한화) 창단 멤버로 활약한 이상군과 한희민은 사상 최고의 ‘꼴찌팀 원투펀치’로 부를 만하다. 당시에는 투수 자원이 부족했고 분업 시스템도 없던 때라 이상군은 19경기, 한희민은 12경기를 완투하며 힘겹게 마운드를 지켰다.
해외에서는 메이저리그 휴스턴의 로이 오즈월트, 일본 라쿠텐의 이와쿠마 히사시 등이 외로운 에이스로 불린다. 꼴찌 에이스의 전설은 1972년 스티브 칼턴이다. 1988년 은퇴한 칼턴은 1972년 꼴찌였던 필라델피아에서 41경기에 선발 등판해 30경기를 완투하며 27승(10패) 평균자책 1.97, 탈삼진 310개로 트리플 크라운을 차지했다.
꼴찌 에이스의 1승은 고군분투의 산물이기에 1위 팀 에이스의 1승보다 몇 배는 힘들다. 팬들이 더욱 많은 박수를 보내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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