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려한 공격은 조연에 불과하다. 우승컵은 세계 최강의 수비 라인이 가져다줬다.”(1998년 프랑스 월드컵 우승 당시 에메 자케 프랑스 대표팀 감독)
“수비는 슬럼프가 없다.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가 한 번도 슬럼프를 겪지 않은 이유다.”(2006년 독일 월드컵 우승 당시 마르첼로 리피 이탈리아 감독)
화려한 공격은 팬들을 기쁘게 하지만 탄탄한 수비는 우승컵을 가져다준다. 월드컵처럼 큰 대회에서는 수비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화끈한 공격 축구를 앞세워 우승 후보로 지목된 네덜란드, 스페인 등은 번번이 눈물을 흘린 반면 안정적인 수비가 돋보인 이탈리아, 독일 등이 좋은 결과를 낸 무대가 월드컵이다.
28일 앞으로 다가온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한국과 맞붙을 B조 상대국들의 수비력은 어떨까. 그리스,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의 수비를 집중 분석해 본다,
○ ‘질식 수비’ 그리스
“수비와 미드필더 라인의 경계가 무의미하다. 모두 수비수라고 봐도 무방하다.”
허정무 한국 대표팀 감독의 이 한마디에 그리스 수비의 특징이 압축돼 있다. 조별리그 첫 상대 그리스는 수비 대 공격의 비중이 7 대 3 정도로 수비에 무게 중심을 두는 팀. 이번 월드컵 예선 12경기에서도 5경기 무실점을 이끌어내며 10골만 허용했다.
탄탄한 신체 조건에 강철 체력까지 뒷받침된 그리스 수비수들은 공을 잡은 공격수를 둥그렇게 둘러싸는 방패 모양의 대형을 유지한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공격수보다 수적 우위에 있으면서 포위하려는 게 그리스 수비의 기본 틀”이라고 설명했다.
3명의 수비수가 기본 수비 라인을 구축하지만 미드필더 라인에서 2, 3명의 선수가 수비 라인 깊숙이 내려와 공간을 커버한다. 수비 라인의 유기적인 움직임도 좋고 경험까지 많아 웬만한 공격 루트로는 뚫기 어렵다는 평가.
하지만 약점도 있다. 서형욱 MBC 해설위원은 “중앙 수비수들의 순발력이 떨어져 협력 수비 후 복귀 속도가 느리다. 박주영, 이근호 등 빠른 선수들이 돌아 들어갈 때 기습적인 침투 패스를 찔러 주면 효과를 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장신 수비수들이 세트 플레이 공격에 가담했을 때를 노려 긴 패스로 역습을 시도하는 것도 한 방법. 노장 수비수가 많은 그리스는 후반에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약점도 노출했다. 예선 10실점 가운데 5골은 후반 30분 이후 나왔다.
○ ‘압박 수비’ 아르헨티나
2차전 상대인 아르헨티나 수비의 가장 큰 특징은 강한 압박. 승부 근성이 강한 수비수들은 투쟁심이 강하고 거친 플레이를 즐긴다. 페널티 지역 부근에서 종횡으로 이어지는 부지런한 움직임도 장점. 특히 세계 정상급 수비형 미드필더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는 수비라인 바로 위에서 엄청난 활동량과 명품 태클로 공간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예선 18경기 20골을 허용한 아르헨티나 수비엔 허점도 많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수비수들이 실수가 잦고 너무 덤빈다. 안정감은 100점 만점에 50점 이하”라고 평가했다. 측면수비수들이 오버래핑 뒤 수비에 복귀하는 속도가 느린 점도 고민. 약속된 수비 플레이가 나오지 않고, 2 대 1 패스에 이은 공간 침투에 자주 무너지는 것도 약점으로 지적된다. ○ ‘고무공 수비’ 나이지리아
조별리그 마지막 상대 나이지리아 수비수들의 가장 큰 장점은 유연한 몸과 안정적인 볼 컨트롤. 위험 지역에서 여유 있게 볼을 걷어 내는 능력은 브라질이 부럽지 않다. 신체조건이나 힘도 본선 진출 32개국 가운데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는 평가.
하지만 지나치게 소극적인 움직임이 문제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나이지리아는 최근 경기에서 서로 수비를 미루거나 멍하게 있다 어이없는 기회를 많이 내줬다. 상대의 종적인 침투에 수비수들이 자리를 못 잡고 우왕좌왕하는 것도 약점”이라고 지적했다. 상대 공격수가 측면에서 돌파할 때 중앙수비수들이 그 방향으로 쏠려 반대쪽에 공간을 자주 허용하는 것도 고민. 수비수들이 역동작에 걸렸을 때 순간적인 순발력이 떨어지는 부분도 나이지리아 수비가 안은 걱정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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