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달러 공습’… 야구 유망주 다 뺏기나

  • Array
  • 입력 2010년 5월 15일 03시 00분


1차 지명제도 없어져
아마선수들 줄줄이 해외로
ML신분조회 올해만 44명
수정 도시연고제 등 대안 거론

■ 거물 에이전트 보라스까지 가세… 프로 신인 지명제 논란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 스카우트뿐만 아니라 거물 에이전트까지 한국 유망주 영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은 3월 열린 황금사 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 등장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 스카우트뿐만 아니라 거물 에이전트까지 한국 유망주 영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은 3월 열린 황금사 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 등장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유창식(광주일고)과 더불어 고교야구 최고의 파워 피처로 꼽히는 한승혁(덕수고)이 메이저리그의 큰손 스콧 보라스와 최근 에이전트 계약을 했다. 지난해에는 7명의 고교 졸업 선수가 국내 프로야구를 거치지 않고 미국 프로야구 구단과 마이너리그 계약을 한 뒤 태평양을 건넜다. 올 들어서도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신분 조회를 요청한 아마추어 선수가 14일 현재 44명(고교 38명, 대학 6명)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보라스까지 국내 아마추어 유망주 스카우트에 손을 뻗친 것이다. 보라스는 추신수(클리블랜드)와도 계약을 맺고 있는 거물 에이전트다. 그동안 메이저리그 구단 스카우트들 선에서 이뤄지던 국내 선수 스카우트에 잘나가는 에이전트까지 가세하면서 신인 선수 지명제도를 둘러싼 논쟁에 불이 붙었다.

○ 왜 이렇게 됐나


지난해 사상 최다인 7명의 고교 졸업 선수가 미국으로 간 데는 이유가 있다. 프로 구단이 신인 선수를 지명하는 방식이 지난해부터 전면 드래프트로 바뀌면서 1차 지명 제도가 없어졌기 때문이라는 게 야구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1차 지명 제도는 각 구단의 연고 지역 고교 선수 중 1명에 대해 우선 지명할 수 있는 권한. 그런데 전면 드래프트가 도입되면서 사라졌다. 전면 드래프트는 8개 구단의 연고 지역에 따라 야구부가 있는 학교 수에 차이가 많아 전력 평준화 차원에서 도입된 것이다.

1차 지명제도가 부활한다고 해서 아마추어 선수들이 해외로 나가는 길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추신수는 부산고 3학년이던 2000년 롯데의 1차 지명을 받지만 이를 뿌리치고 메이저리그 시애틀과 계약했다. 하지만 1차 지명 제도 아래서는 각 구단이 지명 대상 선수에게 충분한 계약금을 보장하면서 일찍부터 관리할 수 있었다. 드래프트 제도에서는 일찍부터 공을 들여 봐야 어느 팀으로 갈지 모르기 때문에 선수 관리에 노력을 쏟을 이유가 없다.

이처럼 유망주들의 잇따른 미국행의 주 원인으로 1차 지명 제도 폐지가 거론되면서 이를 다시 부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내고 있지만 각 구단의 이해관계가 팽팽히 맞서 해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연고 지역의 선수 자원에 따라 구단의 입장은 확연히 갈려 있다. 선수 자원이 비교적 풍부한 KIA와 롯데, SK는 1차 지명 제도 부활에 적극 찬성하고 있다. 하지만 사정이 다른 삼성과 한화는 반대다. 서울을 같은 연고로 하는 3팀 중 두산은 찬성, LG와 넥센은 반대 입장이다. 서울은 고교 선수층이 상대적으로 두꺼운 지역이지만 이를 3개 구단이 경쟁할 경우 KIA나 롯데 SK보다 유리할 게 없다는 것이 LG와 넥센의 계산이다. 이 때문에 11일 구단 사장들이 참석한 KBO 이사회에서 신인 지명 제도에 관한 안건을 다뤘지만 견해차만 확인하고 결론을 내지 못했다.

○ 대안은 없나

구단 간의 확연한 견해차 때문에 기존 1차 지명 제도로의 복귀나 현행 드래프트제를 계속 밀고 나가는 것이 어렵다면 제3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1일 이사회를 포함해 그동안 몇 차례 사장단 회의에서는 도시 연고제를 중심으로 수정을 가한 1차 지명 제도가 대안으로 거론됐다. 종전의 1차 지명 제도는 광역 연고가 기준이어서 각 구단의 선수 자원 격차가 컸다. 예를 들어 부산 경남 연고인 롯데는 8개 고교가 있지만 대구 경북 연고인 삼성은 4개 고교뿐이다. 이 때문에 광역 연고가 아닌 각 구단에 한 곳의 도시 연고만을 인정해 선수 자원의 격차를 줄이고 나머지 도시에 대해서는 연고권을 고르게 나눠 갖자는 것이다.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아보겠다는 선수들의 의지 자체를 꺾기 힘들다면 어떤 형태의 신인 지명 제도를 선택하든 나중에라도 해외 진출의 기회를 넓혀주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사장단 회의에서 나왔다. 현재 국내 무대에서 매년 1군 등록 일수 145일을 채워 9년을 뛰어야 조건 없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도록 돼 있는 것을 조금 앞당겨 주자는 것이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