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입단한 두산 임태훈은 선발투수가 꿈이었다. 하지만 그는 묵직한 구위에 두둑한 배짱, 그리고 연투 능력까지 불펜 요원으로서 더욱 특별한 재능을 갖고 있었다. 김경문 감독은 임태훈에게 이기는 경기에 등판해 바통을 마무리 투수에게 넘겨주는 셋업맨을 맡겼다. 임태훈은 기대에 걸맞게 계투조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 그에게 뜻하지 않게 선발투수의 기회가 찾아왔다. 올 시즌 들어 팀 선발진이 김선우와 캘빈 히메네스 등 2명을 제외하고는 완전히 붕괴된 것이다. 김 감독은 9일 롯데와의 경기에서 임태훈을 ‘땜질 선발’로 등판시켰다. “부상 중인 이재우가 복귀할 때까지 한시적”이라는 조건을 달아서였다.
하지만 이날 임태훈은 5이닝을 5피안타 1실점으로 막으며 ‘선발’ 임태훈의 이미지를 강하게 각인시켰다. 김 감독 역시 “태훈이가 그동안 불펜에서 고생이 많았다. 팀이 필요하고 본인이 원하는 만큼 앞으로 선발투수로 기용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두 번째 선발 등판이었던 14일 SK와의 문학 경기. 시즌 5번째로 만원 관중(2만8500명)이 들어선 이날 임태훈은 SK 타선을 맞아 씩씩하게 공을 뿌려댔다. 5이닝 5피안타 1볼넷 3삼진 2실점의 쾌투. 직구 최고 시속 147km의 빠른 공과 112km의 느린 커브를 섞어 던지며 SK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시즌 3승째.
9일 롯데전에서 장단 18안타를 때린 두산 타선은 이날도 6개의 홈런을 포함해 15안타를 터뜨리며 화끈하게 지원 사격을 했다. 한 경기 6홈런은 두산의 팀 한 경기 최다 홈런 타이기록. 김현수는 상대 선발 게리 글로버를 상대로 1회 3점 홈런에 이어 7회 솔로 홈런을 쏘아 올리는 등 1경기 2홈런을 쳤고, 최준석(5회), 이종욱(6회), 임재철(7회), 양의지(8회) 등이 홈런을 때려냈다. 특히 최준석은 1회 3루타와 3회 단타를 쳐 2루타가 빠진 사이클링히트를 기록했다. 두산은 이날 SK를 12-8로 꺾고 선두 SK에 4.5경기 차로 따라붙었다. 임태훈은 “승리하긴 했지만 선발투수로서 하지 말아야 할 2가지를 했다. 2아웃 이후 실점과 우리 팀 득점 후의 실점이었다. 앞으로 이를 보완해 더욱 좋은 선발이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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