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 여자 골프의 간판인 이들은 한지붕 식구로 불린다. 같은 매니지먼트 회사에 몸담고 있어서다. 대형 스타들의 뒷바라지에 앞장서고 있는 주인공은 세마스포츠마케팅 이성환 대표(45). ‘필드의 마당발’로 불리는 이 대표는 소속 선수들이 주요 행사에 참석할 때마다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선수들과 깊은 신뢰를 쌓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조건은 그 다음 문제죠.”
이 대표는 선수의 스폰서 및 광고 계약과 일정 관리, 홍보 등의 업무뿐 아니라 굵직한 스포츠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것으로 유명하다. 20일부터는 총상금 9억 원 규모인 SK텔레콤오픈의 진행을 맡는다. 대회가 열리면 그는 현장을 누비며 의전, 경호, 갤러리 통제 등 온갖 궂은일을 다 한다. 연예계 출신인 이 대표는 배우 배용준 유오성 씨 등의 매니지먼트 일을 돕다 1999년 박세리와 인연을 맺은 것을 계기로 골프 이벤트 대행 업무에 뛰어든 뒤 2002년 회사를 설립했다.
영화 ‘제리 맥과이어’(1996년)에는 “Show me the money”라는 유명한 대사가 나온다. 미식축구 선수가 스포츠 에이전트인 톰 크루즈에게 한 말이다. 이 대표는 영화 속 배우가 부러워할 만한 대박 스폰서 계약을 자주 성사시켰다. 2002년 박세리와 CJ의 150억 원 계약, 올 들어 신지애와 미래에셋의 5년간 최대 75억 원 계약, 최나연과 SK텔레콤의 5년 재계약 등이 그의 손끝을 거쳤다. 계약 성사의 비결은 무얼까.
“협상에 앞서 상대에 대해 확실히 알아야 합니다. 사전 정보 수집에 만전을 다하죠. 누구를 만나든 어떤 화제로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다양성을 갖추려고 애씁니다.”
국내 유일의 LPGA투어 대회도 독자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2004년에는 200만 달러에 이르는 거액의 초청료를 들여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첫 한국 방문을 성사시켰다.
이 대표는 골프에만 머물지 않는다. 테니스 스타 마리야 샤라포바와 비너스 윌리엄스,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데러와 왼손 천재 라파엘 나달의 슈퍼 매치와 아이스 쇼를 대행해 국내 스포츠팬들을 열광시켰다.
쓰라린 기억도 있다. 2007년 연이은 악재에 허덕였다. 서울에서 샤라포바와 맞붙을 예정이던 린지 대븐포트가 임신으로 방한을 취소한 데 이어 김연아 아이스쇼는 목동링크의 화재로 무산됐다. 경북 경주에서 열린 LPGA투어 코오롱챔피언십은 비바람으로 3라운드가 취소돼 입장권 환불 사태가 벌어졌다.
“물불 안 가리고 달리다 뒤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죠. 사회적인 책임 의식도 커졌습니다. 위기관리의 노하우를 익힐 수 있었습니다.”
이 대표는 스포츠와 교육을 접목시킨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스포츠는 지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만듭니다. 이런 속성은 훌륭한 교육 수단이 됩니다. 운동을 놀이처럼 즐기게 하면 심성과 체력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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