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원샷원킬’ 박주영·아르헨은 메시 팀 전체 영향력 있는 에이스 10번 배정 루니·카카 등 세계적
킬러들도 10번 찜
축구에서 유니폼에 등번호가 도입된 것은 1933년 에버턴과 맨체스터 시티의 잉글랜드 FA컵 결승전이 처음이었다. 경기 도중 선수구별이 쉽지 않았기 때문에 번호를 달게 했다. 국가 대항전에서는 1937년 처음 도입됐다.
지금도 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대개 1번은 골키퍼, 2∼5번 수비수, 6∼8번 미드필더, 9∼11번 공격수, 백업은 나머지를 달았다.
하지만 요즘의 등번호는 선수들의 구분과 포지션을 나눠주는 표식이란 기존 역할 뿐 아니라 축구만이 가진 상징과 선수 개개인의 스타일을 의미하는 구분으로도 작용한다.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10번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팀 전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에이스를 상징한다. 9번이 전형적인 킬러로 인식되는 것과는 달리 10번은 포지션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분위기다.
물론 대다수가 미드필더와 공격수에 편중돼 있고, 월드컵에서는 최종 엔트리를 기준으로 23번 이내에서 번호를 부여받을 수 있지만 말이다. ○한국의 NO 10. 박주영, 월드컵 두 번째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이상의 성적을 노리는 허정무호의 등번호 10은 박주영(AS모나코)이다. 최종 엔트리를 국제축구연맹(FIFA)에 제출할 때 비로소 확인이 가능하지만 박주영이 대표팀에 승선할 경우 10번의 주인공이 바뀔 가능성은 높지 않다.
타고난 한국 최고의 킬러. 천부적인 골 결정력을 지니고 있는 박주영은 슛 능력뿐만 아니라 공간 침투, 볼 키핑, 2선에서의 과감한 돌파 등 다양한 재능을 갖췄다. “후∼하고 입으로 불면 날아갈 것 같다”던 요하네스 조 본프레레 전 대표팀 감독은 완전히 헛다리를 짚은 셈.
박주영은 2006독일월드컵에도 10번을 달고 출전했지만 골 맛을 보지 못한데다 유일하게 출전 기회를 얻은 스위스와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자신의 파울로 인한 상대의 프리킥 찬스가 센데로스의 선제 결승골로 연결된 탓에 이번 남아공행을 기다려왔다. 과거 A매치 38경기에서 13골을 넣었으니 월드컵 무대에서 3골을 넣은 대표팀 선배 안정환(다롄 스더·69경기-17골)은 물론 이동국(전북·82경기-25골)과의 경쟁도 두렵지 않다.
1954년 스위스월드컵에선 성낙운이 달았고, 86멕시코월드컵 때는 한국 월드컵 역사의 첫 골을 쏜 박창선이 10번의 주인공이었다. 90이탈리아월드컵에서는 이상윤, 94미국월드컵에선 고정운이 달았다. 98프랑스월드컵과 2002한일월드컵에서는 각각 최용수와 이영표가 에이스의 상징이었다. ○B조 판세는?
남아공 무대에서 한국과 격돌할 아르헨티나는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가 10번이다. 공격진 좌우 측면과 허리진 중앙까지 두루 소화할 수 있는 메시는 세계 최고의 패스 마스터로 꼽힌다. 월드컵 예선에서 4골을 넣은 메시는 169cm 작은 신장이지만 빠른 스피드로 드리블을 하면서도 방향과 템포를 자유자재로 조절하고, 어디서든 시도할 수 있는 킬링 패스에 발군의 왼발 킥까지 갖췄다. 오죽했으면 아르헨티나가 배출한 최고 스타 ‘마라도나의 재림’이란 표현까지 나왔을까.
나이지리아는 전천후 미드필더 존 오비 미켈(첼시)이다.
소속 팀에서는 주로 수비에 주력하지만 대표팀 내에선 주로 허리진 중앙에서 공격에 초점을 둔다. 탁월한 몸싸움 능력과 저돌적인 태클로 상대의 볼을 차단한 뒤 특유의 공간 패스로 단숨에 흐름을 반전시킨다.
허정무호가 꼭 잡아야 할 상대 그리스는 센추리클럽 가입이 임박한 게오리오스 카라구니스(파나시나이코스). 33세의 베테랑으로 어느 각도에서도 시도할 수 있는 오른발 중거리 슛과 드리블 침투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킬러 vs 중원의 지휘자
잉글랜드는 웨인 루니(맨유)가 맡았고, 독일의 뢰브 감독은 루카스 포돌스키(FC쾰른)에게 에이스의 상징을 부여했다. 포돌스키는 4년 전 모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최우수 신인선수상을 수상했으니 이젠 대회 최우수선수(MVP)를 노릴 차례다.
하지만 모두가 공격수에게 10번을 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미드필더쪽에 힘이 실린 듯한 인상이다. 전통적으로 10번을 달면 ‘판타지 스타’라고 부르는 이탈리아는 안드레아 피를로(브레시아)가 영예의 주인공이다.
수비형과 공격형을 두루 오가는 피를로의 패스 정확도는 유럽 내에서도 정평이 나 있다. 네덜란드도 박지성처럼 전후좌우를 오갈 수 있는 미드필더 요원 웨슬리 슈나이더(인테르 밀란)에게,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스페인은 역시 전천후 미드필더 세스트 파브레가스(아스널)에 중책을 맡겼다. 포르투갈에선 가장 창조적인 미드필더로 꼽히는 데쿠(첼시)가 10번을 달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은 일부 변수가 있지만 아르헨티나 메시에 버금가는 실력과 수려한 외모의 카카(레알 마드리드)가 유력하다. 북한은 당대 최고 공격수로 꼽히는 홍영조(로스토프)에게, 일본은 나카무라 괴스케(요코하마)에게 맡겨 눈길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