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김상진 투수코치는 요즘엔 세련된 입담과 야성미 넘치는 외모로 돋보이지만 원래 ‘대투수’ 출신이다. 왕년 OB 에이스로 LG 좌완 이상훈과 1990년대 초·중반 서울의 양대 선발로 꼽힌 우완특급이었다.
드러내놓고 얘기하진 않지만 이런 김 코치의 남모르는 자랑이 전성기였던 1995시즌에 만들어졌던 두 가지 기록이다. 하나는 3연속경기 완봉, 또 하나는 1경기 최다탈삼진 기록(17개·1995년5월23일 잠실 한화전)이다. 그런데 묘하게도 이 두 기록이 최근 2년 사이에 모조리 새롭게 나왔다. 지난해 롯데 송승준이 3연속경기 완봉승을 해내더니 올해 엔 한화 류현진이 17탈삼진을 달성한 것이다.
작년 송승준 기록 땐, 여기저기서 다시 한 번 기록을 기억해줘서 내심 흐뭇했다. 그러나 이번엔 기분이 싱숭생숭하다. 김 코치가 12이닝을 던져서 17탈삼진을 잡아낸 데 비해 류현진은 정규 9이닝만 던지고 기록을 세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역대 최고기록은 하필이면 ‘국보투수’ 선동열(삼성 감독)의 18탈삼진이어서 사람들이 이것과 류현진의 기록만 비교한 탓이다. 그래도 김 코치는 “내가 17삼진 잡을 땐 187구를 던졌다. 그런데 (류)현진이는 124구로 끝냈으니 삼진 피칭만 제외하면 나머지는 1∼2구로 아웃시킨 것”이라고 후배의 기록을 대견하게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