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김성근 감독은 선수들의 플레이에 대해 냉혹한 평가를 내리는 편이다. 특히 에이스 김광현에 대한 평가는 더욱 혹독하다. 2007년 SK 지휘봉을 잡은 뒤 “에이스 자격이 없다” “요즘 많이 건방져졌다” “2군에 가야 되는 것 아니냐” 등등 다른 선수에게는 좀처럼 쓰지 않는 격한 용어를 사용하곤 했다. ‘몸 상태가 완전치 않다’는 이유로 올해 전지훈련 명단에서 김광현을 제외하는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전에 맡았던 팀에서도 그랬다. LG 감독 시절에는 김재현(현 SK)에게 “그렇게 야구할 바엔 당장 때려치워라”라고 질책했다. 이병규도 두말없이 2군에 보냈다. 그는 가장 잘하는 선수를 냉정하게 대할수록 다른 선수들이 믿음을 갖고 따른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물론 그 밑바닥에는 선수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
그렇다손 치더라도 김광현에게는 유독 많은 채찍질이 따른다. 김 감독의 눈으로 보기에 김광현은 여전히 성장할 부분이 많은 투수이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지난달 같은 왼손 투수인 류현진(한화)과 김광현을 비교하며 “현진이가 완성형 투수라면 김광현은 아직 성장 중이다. 다듬기에 따라서 (류현진을) 넘어설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하기도 했다.
김광현 길들이기의 좋은 예로는 지난주에 벌어진 일을 들 수 있다. 올 시즌 들어 0점대 평균자책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던 김광현은 11일 롯데전에서 3과 3분의 1이닝 동안 8실점하며 무너지고 말았다. 김 감독은 “마음 같아서는 김광현을 9회까지 완투시키고 싶었다”고 했다. 팀이 앞서고 있었기에 승리를 지키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투수를 바꿨다는 것이다.
강판 당시 김광현의 투구 수는 92개. 만약 9회까지 완투했다면 투구 수는 200개를 넘었을 게 분명하다. 김 감독은 “좋은 투수라면 좋지 않을 때 무엇이 문제인지를 던지면서 깨달아야 한다. 200개를 넘게 던지면서 공 한두 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다면 그게 큰 수확이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김광현은 12일 하루를 쉰 뒤 13일 김 감독의 특별 지시에 따라 200개 이상의 불펜 피칭을 소화해야 했다. 김광현은 직후 등판인 16일 두산전에서는 홈런 2방을 맞고 내려가긴 했지만 5와 3분의 1이닝 2실점으로 한결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 ‘야신(野神)’의 특별 관리 속에 김광현은 과연 국내 최고 투수로 성장할 수 있을까. 만약 22일 류현진(한화)과의 사상 최초의 맞대결이 이뤄진다면 생각보다 빨리 그 결과를 알 수 있을 듯싶다. 프로야구 4경기 비로 취소
한편 18일 잠실(두산-한화), 문학(SK-넥센), 대구(삼성-LG), 군산(KIA-롯데)에서 열릴 예정이던 프로야구 네 경기는 비가 내려 모두 취소됐다. 취소된 경기는 추후 편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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