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종]야구장, 시설 개선보다 신설이 답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19일 03시 00분


8개 구단 전력 평준화, 구단의 적극적인 팬 서비스 등으로 프로야구가 중흥기를 맞이하고 있다. 팬들의 평균 연령은 20대 중반이며 관중 3명 중 1명은 여성 팬인 것으로 조사됐다. 프로야구의 인기는 관람객 수뿐만 아니라 동호인 수에서도 잘 나타난다. 올해 등록된 사회인 야구팀은 5200여 팀이며 11만90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작년보다 55%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경기장 시설은 세계 랭킹 4위의 경기력에 걸맞지 않게 부끄러운 수준이다. 광주, 대전, 대구구장은 40∼60년 된 낡은 구장으로 안전이 염려될 뿐만 아니라 편의시설도 거의 없는 상태다. 야구팬들은 지난해부터 경기장 시설 현대화를 위한 서명운동을 펼쳤다. 한국야구위원회(KBO), 대한야구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이 함께 힘을 쏟았다.

이런 노력의 성과로 지난해 12월 스포츠산업진흥법이 개정돼 구단은 야구장을 25년까지 장기 임차할 수 있으며 야구장 개보수에 정부 재원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서울월드컵경기장처럼 야구장에도 극장과 마트 같은 수익시설이 들어 설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마련됐으며 구단이 흑자 경영을 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하지만 이보다 더 시급한 것은 야구장 신설이다. 기존 야구장 개선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근본적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 공간의 부족으로 시설 개선 효과가 뚜렷하지 않으며 한계가 있다. 따라서 기존 구장의 개보수보다 돔이나 야구전용구장을 신설하는 것이 중요하다.

야구장 건설을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의지, 해당 지역 주민의 염원, 재원의 확보라는 삼박자가 잘 맞아떨어져야 한다. 안산돔구장은 이 삼박자가 맞아떨어져 올해 안에 착공될 예정이다. 하지만 몇몇 자치단체장이 정치적 목적으로 돔구장 건설이나 신규 야구장 건설을 제시하기는 했으나 이번 6·2지방선거에서는 야구장 신설에 관한 공약이 전무하다. 이는 자치단체장 후보들이 야구장 신설의 효과를 간과한 것이다. 신규 야구장은 지역 내 관광, 문화, 레저 등 다른 산업의 발전을 촉진시켜 세금 수입 증대에 기여할 수 있다. 나아가 경기장과 관련된 신종 산업을 장려하고 기존 산업이 더 성장할 계기가 된다. 야구장 시설에 대한 공공기관의 투자는 소매업이나 부동산개발업, 스포츠산업 등의 부수적인 발전을 유도할 수 있다. 지역 주민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해 자부심과 자긍심을 갖게 될 것이다.

야구 인프라의 개선은 선수와 구단만을 위한 것이 아니며 야구팬, 나아가 스포츠를 사랑하는 국민을 위한 것이다. 야구장 시설 건립에 자치단체장 후보들의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하다. 프로야구 팬들은 단순한 유권자가 아닌 스포츠 마니아로서 야구를 사랑하는 후보자에게 호감을 갖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야구장 신설은 프로야구 중흥기를 이끌어가고 국내 스포츠산업을 부흥시키는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

김종 한양대 교수(스포츠산업학과·한국야구발전연구원장) chongkim@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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