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성 고무공-때려치기타법 VS 경성 고무공-밀어치기스윙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19일 03시 00분


■ ‘이웃사촌’ 정구-테니스 뭐가 다를까

김지은(28)은 2008년 농협에서 운동을 그만둘 때까지 한국 여자 정구의 간판스타였다. 2007년 안성 세계선수권에서는 단체전, 단식, 혼합복식 3관왕에 올랐다. 은퇴 후 서울의 한 농협 지점 직원이 된 그는 “정구 선수였다고 하면 주변 사람들이 ‘정구가 무슨 종목이냐’고 되물어 속상할 때가 많다”고 했다.

정구는 테니스에서 갈라져 나온 종목으로 코트 규격도 같고 경기 방식도 비슷하다. 국내에는 종주국 일본을 통해 1910년대 후반에 테니스보다 먼저 소개돼 1960년대까지 폭넓은 인기를 누렸다. 어느덧 일반인에겐 생소하게 됐지만 아시아경기 정식 종목이며 메달 효자 종목이다. 가깝고도 먼 테니스와 어떤 점이 다른지 살펴봤다.

○ ‘공이 달라요’


가장 큰 차이점은 공이다. 이 차이가 정구의 경기 방식, 기술, 전략 등 모든 것을 테니스와는 다르게 발전시켰다. 정구공은 테니스공보다 작고 가벼우며 고무 재질이다. 종목 유래 자체가 1880년대 일본에서 테니스 용품을 구하기 어려워 고무공과 가벼운 라켓으로 경기한 데서 비롯됐다.

정구공은 손바닥으로 누르면 호떡처럼 찌그러질 만큼 물렁물렁하다 보니 라켓도 테니스(280∼300g)에 비해 가벼운 220∼250g짜리를 사용한다.

○ ‘타법이 달라요’

테니스의 경우는 밀어치는 스윙이 많다. 공 자체의 탄력이 좋기 때문에 컨트롤 샷을 위해 공과 닿는 시간을 길게 가져가는 것. 선 안쪽에 떨어뜨리기 위해 톱 스핀 구질을 많이 사용하는 것도 공의 탄력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 정구는 테니스처럼 톱 스핀과 깎아 치는 슬라이스 타법도 구사하지만 상대적으로 때려 치는 스윙이 많다. 공 탄력이 없어 미는 스윙으로는 빠르게 공을 보낼 수 없기 때문.

○ 정구에만 있는 전위와 후위


테니스와 가장 다른 점은 ‘전위와 후위’ 개념이다. 단식보다 복식 경기로 발전한 정구는 네트 앞에서 공을 처리하는 전위 포지션과 뒤에서 그라운드 스트로크와 서브를 하는 후위 포지션이 뚜렷이 나뉘어 있다. 포지션에 따라 기술도 다르게 훈련한다. 그래서 정구 복식 경기에선 항상 앞에 전위 한 명만 선다. 전위는 후위 기술인 서브 연습도 잘 하지 않기 때문에 단식에는 거의 후위 선수만 출전한다.

이 밖에 정구는 아시아경기 기준으로 단식은 1세트 7게임, 복식은 1세트 9게임으로 승부를 가리는 점도 6게임으로 3세트나 5세트 경기를 하는 테니스와 다르다. 정구는 타구가 상대적으로 느리다 보니 경기 시간이 길어져 세트를 줄였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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