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에어컨리그 달구는 ‘두 남자’의 이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20일 03시 00분


KT 전창진 감독(47)은 최근 사흘 동안 주위와 연락을 끊었다. 농구단의 모기업이 통신회사인데도 휴대전화까지 먹통이었다. KT 주장이던 신기성(35)이 팀을 떠나게 되면서 머릿속이 복잡해졌기 때문이었다.

전 감독과 신기성은 TG삼보 시절이던 2005년 정상에 오르며 영광의 순간을 함께했다. 기쁨은 잠시였다. 우승 직후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신기성은 KTF(현 KT)로 떠났다. 당시 TG삼보는 모기업의 경영난으로 신기성을 잡기 위한 베팅은 고사하고 선수 연봉조차 지급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의리를 중시하는 전 감독은 서운하긴 했어도 신기성을 잡을 수는 없었다.

지난해 전 감독이 KT에 부임하면서 이들은 재회했다. 전 감독은 누구보다 신기성에게 의지했다. 신기성의 둘째 아이 첫돌을 앞두고는 이례적으로 농구계 주요 인사들에게 일일이 전화까지 돌려 참석을 부탁했다. 신기성 역시 전 감독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았다. 훈련 때는 솔선수범으로 후배들을 이끌었다.

꼴찌였던 KT가 정규시즌 2위에 오를 수 있었던 데는 전 감독과 신기성이 의기투합한 것이 큰 힘이 됐다. 그러나 KT가 4강 플레이오프에서 KCC에 1승 3패로 탈락하면서 분위기가 돌변했다. 구단 측은 신기성이 노쇠 기미가 있고 팀을 다시 만들어야겠다는 이유로 은퇴를 권유했다. 더 뛰겠다며 맞선 신기성은 트레이드까지 요구한 끝에 재계약에 실패했다. 샌드위치 신세였던 전 감독은 중재에 실패한 뒤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갔다.

신기성의 등장으로 FA 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KT는 신기성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동부로부터 신기성과 동갑내기인 표명일을 영입하려 하고 있다. 당초 표명일에게 관심이 많던 전자랜드는 발을 구르고 있다. 신기성은 LG, 전자랜드, 동부, 오리온스가 관심을 보일 만큼 상종가다.

만남과 헤어짐을 되풀이하고 있는 전창진 감독과 신기성. 이번 시즌 에어컨리그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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