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날린 ‘긍정의 힘’…‘국제휠체어테니스’ 출전 방한 테일러 씨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20일 03시 00분


왼손에 라켓 묶고… 오른손으로 휠체어 조종… 두 발로 공띄워 서브…

코트에 서면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번진다. 멋진 스트로크를 하는 그의 모습에 주변에선 감탄사가 쏟아진다. 코리아오픈 국제휠체어테니스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닉 테일러가 19일 서울올림픽코트에서 연습하고 있다.
코트에 서면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번진다. 멋진 스트로크를 하는 그의 모습에 주변에선 감탄사가 쏟아진다. 코리아오픈 국제휠체어테니스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닉 테일러가 19일 서울올림픽코트에서 연습하고 있다.
누구나 그를 처음 봤을 때는 ‘공을 제대로 넘길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질 만했다. 하지만 코트에 선 그의 스트로크에는 힘이 넘쳤다. 오히려 비장애인 파트너를 쩔쩔매게 할 정도였다.

장애인올림픽 휠체어테니스에서 2회 연속 금메달을 딴 닉 테일러(31·미국). 18일 서울 올림픽코트에서 개막한 코리아오픈 국제휠체어테니스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한국을 처음 찾은 그를 19일 만났다. 전동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그는 태어날 때부터 지닌 자신의 희귀병을 설명하기 위해 일일이 스펠링을 말해야 했다. “A, R, T….” 근육이 퇴화하고 일부 관절이 굳어버리는 ‘관절 굽음증(arthrogryposis)’이었다.

거동조차 불편했지만 그는 13세 때 라켓과 인연을 맺었다. “원래 축구를 좋아했는데 휠체어 때문에 하기 힘들었죠. 그 대신 고교에 입학해 학교 테니스 대표선수가 되고 싶어 시작했어요.”

처음 1년은 코트에 나가는 대신 할머니 집 벽과 차고 문에 연방 공을 때려가며 연습을 했다. 워낙 몸이 약해 공을 2m도 보내기 힘들었지만 매일 6시간씩 라켓을 휘두르며 땀을 흘렸다. 비장애인 코치에게는 레슨 받기도 힘들었다. 조막손인 그는 양손을 제대로 쓸 수 없어 일반적인 그립과 스윙이 불가능했기 때문. “거듭된 시행착오를 거쳐 나만의 타법을 개발했어요.” 오른손으로는 전동휠체어의 조이스틱을 조절해 이동을 했고 왼손에는 라켓을 줄로 묶었다. 라켓을 놓치는 것을 방지할 목적이었다. 서브를 넣을 때 손으로 토스를 할 수 없어 두 발로 공을 띄우는 것도 자신이 터득한 노하우였다.

1995년 처음 대회에 출전한 그는 라켓 하나에 희망을 걸고 노력한 끝에 2004년 아테네와 2008년 베이징 장애인올림픽 휠체어테니스 복식에서 2연패를 이뤘다. 대한장애인테니스협회 주원홍 부회장은 “장애를 극복하고 밝은 표정으로 공을 치는 모습에서 진한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테일러는 고향 미국 캔자스 주 위치타주립대 테니스부 코치로 비장애인 선수를 가르치고 있다. 2012년 런던 장애인올림픽 3연패를 노리고 있는 그는 아내와 아이를 갖고 싶다는 인생의 목표도 밝혔다.

“주위에선 어떻게 할 수 있느냐고 말했지만 이런 편견을 깨고 싶었어요. 한 번도 포기를 생각한 적은 없어요. 설사 실패할지라도 긍정의 힘으로 이겨낼 거예요.”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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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김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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