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의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 “자존심을 걸고 최선을 다하겠다.”(오카다 다케시 일본 축구대표팀 감독) 한국과 일본 대표팀의 친선 경기 하루 전인 23일 일본 사이타마 스타디움. 한국 벤치에 여유가 있었다면 일본 벤치에는 비장감이 흘렀다. 한국이 먼저 훈련을 시작했다. 비가 흩날리는 가운데 첫 15분 동안 3개 조로 나뉘어 볼 뺏기로 몸을 풀었다. 선수들은 웃기도 하고 서로 대화를 나누는 등 즐거운 분위기였다. 훈련을 마친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안정환(다롄)은 밝은 표정이었다.》 허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한일전이라고 특별히 다른 의도를 갖고 경기를 할 생각이 없다. 여러 선수를 기용하겠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내내 여유 있는 표정을 지은 허 감독은 “선수들이 본선에서 강한 팀들을 만나게 되는데 어떤 분위기에서 경기를 하든 선수들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끌어낼 수 있는 경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본선을 위한 준비 과정으로서 한일전의 의미를 강조했다. 박주영(AS 모나코)의 출전 여부에 대해 허 감독은 “박주영은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출전시킬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대표팀은 월드컵 본선 상대팀에 혼란을 주기 위해 24일 한일전에는 선수들의 등번호를 바꿀 계획이다.
한국과는 달리 일본은 한일전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였다. 15분간 공개된 훈련에서 일본은 진지하게 훈련에 임했다. 굳은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오카다 감독은 “2월 동아시아대회에서 한국에 졌다. 이번 한일전에서 자존심을 걸고 싸우겠다”며 각오를 드러냈다. 이번 한일전을 앞두고 일본에선 자국에서 열리는 마지막 평가전 상대가 하필 한국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나타내 고 있다. 만약 일본이 한국에 진다면 월드컵에 대한 팬들의 관심은 물론이고 선수들의 자신감마저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 일본 언론에서 나오고 있다.
사이타마=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태극전사다” 공항출정식 북새통▼
“저기 사인 한 장만….”
22일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 “박지성이다”라는 소리와 함께 공항에 있던 사람들이 달려가기 시작했다. 축구대표팀의 출정식에 500여 명의 인파가 몰렸다. 저마다 휴대전화를 꺼내들고 사진을 찍거나 사인을 요청했다. 선수들은 한 걸음 나아가기가 힘들어 보였다.
입국장으로 들어간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선수들은 탑승을 기다리는 1시간 반 동안 공항 내 직원과 한국, 일본팬의 사인과 사진 요청에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가장 바쁜 선수는 역시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이청용(볼턴)이었다. 박지성은 거의 3분에 한 명꼴로 사인과 사진 요청에 시달렸다.
비행기에 오르자 기장은 “축구대표팀을 모시게 돼 영광입니다. 허정무 감독님을 존경합니다”라며 기내 방송으로 대표팀을 맞이했다. 선수들은 고된 훈련 탓인지 대부분 잠을 청했다.
도쿄 하네다 공항에 도착한 뒤 대표팀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엄청난 양의 짐이었다. 전지훈련지인 오스트리아에 이미 500kg의 짐을 부쳤지만 여전히 많았다. 한국에서는 김포공항까지 2.5t 차량 두 대가 동원됐다. 짐을 나르는 역할은 막내 선수들의 몫이었다. 기성용(셀틱) 염기훈(수원) 등은 거의 쉴 틈 없이 카트에 짐을 실었다. 고참 선수들은 “나도 몇 년 전까지 저랬다”며 웃었다.
버스를 타고 숙소인 도쿄 신주쿠 하이엇리전시 호텔에 도착한 대표팀은 일단 저녁식사 뒤 휴식을 취했다. 숙소는 2인 1실. 허 감독 등 코칭스태프는 포지션별로 방을 배치했다. 이운재(수원)와 김영광(울산), 박지성과 김보경(오이타), 기성용과 김정우(광주), 이청용과 김재성(포항), 박주영(모나코)과 이근호(이와타), 이동국(전북)과 이승렬(서울)이 한방을 썼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