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단독 선두(12개)로 뛰어오르며 한화의 새로운 4번 타자로 자리 잡은 최진행. 그는 연일 인터뷰 요청을 받을 정도로 주목 받는 타자가 됐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지난해 12월 대전구장에서 한화 최진행(25)을 만났다. 일본 롯데에 입단한 김태균(28)이 자신의 후계자로 무명에 가까운
최진행을 지목한 직후였다. 그는 김태균의 발언 덕분에 주변의 기대가 높아진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내가 실력으로
증명하지 못하면 이런 관심은 금세 식을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반드시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5개월이 흘러 지난주 프로야구 뉴스 중에는 ‘최진행이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 부상으로 타격폼을 수정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어느새 최진행은 손가락 부상 하나도 화제가 될 만큼 뜨거운 관심을 받는 몸이 됐다. 24일 현재 홈런 12개로 단독 선두. 시즌 첫 전 구단 상대 홈런의 주인공도 그였다.
○ 작년 2홈런서 올해 벌써 12개 ‘선두’
“저 아직 여유 없어요. 하루하루가 전쟁인걸요.”
23일 대전구장에서 만난 최진행은 훈련에 한창이었다. 그는 지난주 3개의 아치를 그려 홈런 선두로 뛰어올랐다. 최근 8경기에서 홈런 6개. 그야말로 물이 올랐다. 시즌 초 의심의 눈길로 바라봤던 팬들은 이제 새로운 한화 4번 타자에 환호하고 있다. 달라진 위상을 즐길 법도 하지만 정작 그는 쑥스러워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요. 현재 성적에 만족하지 않아요.”
최진행은 3월 27일 SK와의 개막전부터 4번 타자로 나섰다. 지난해 28경기에 나와 안타 11개, 홈런 2개를 때리는 데 그쳤던 선수를 처음부터 중용한다는 건 모험. 한화 한대화 감독에게는 김태균 이범호가 떠난 데 따른 궁여지책이기도 했지만 최진행의 가능성을 믿은 결단이었다. 한 감독은 시즌 초 최진행이 번번이 삼진으로 물러날 때도 끊임없이 기회를 줬다. 최진행은 하루가 다르게 진화했다. 그는 “실전을 통해 얻는 게 많다. 계속 경기에 나서다 보니 상황 판단이 좋아지는 걸 느낀다”고 했다. 그는 두 달 사이에 타격뿐 아니라 ‘스스로 보기에도 민망한’ 수비실력도 빠르게 향상시켰다.
○ “매경기 출전하니 여기저기 아파”
최진행은 기량 향상은 인정했지만 자신에 대해서는 엄격했다. ‘이른 시간에 이렇게 확 바뀐 것을 보면 그동안 너무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기회가 왔을 때 잡지 못한 나의 능력 부족”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내 모습은 50% 정도”라고 말한다. 물론 방심할 수는 없다. 올해처럼 매 경기 출전하는 것이 처음이다 보니 아픈 곳이 생기고 있다. 그는 “부상 없이 한 시즌을 보낸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깨닫고 있다. 관리 잘해서 기필코 풀타임 출전을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대전=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힘’은 최진행… ‘눈’은 김태균 한화 신구거포 비교
최진행을 ‘국가대표 4번 타자’ 김태균과 비교하는 것은 아직 무리다. 여러모로 아직 김태균이 월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진행은 시즌 개막 후 44경기에 모두 출전해 12홈런을 쏘아 올렸다. 이 페이스면 올 시즌 36개의 홈런이 가능하다. 김태균의 한 시즌 최다 홈런은 2003년과 2008년 때린 31개다.
최진행이 차세대 거포로 주목 받은 것은 타고난 힘 덕분이다. 그는 오래전부터 ‘힘만큼은 김태균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188cm로 김태균보다 4cm가 크다. 공식 몸무게는 100kg으로 같다. 수평선처럼 떡 벌어진 어깨와 긴 팔 그리고 탄탄한 하체까지, 최진행의 균형 잡힌 몸매는 통통한 느낌의 김태균보다 오히려 단단해 보인다.
김태균은 데뷔 때부터 국내 최고 수준의 선구안을 과시했다. 최진행은 김태균에 대해 “못 참을 공을 참고 어렵게 참을 공을 쉽게 참는 능력을 갖췄다”며 부러워했다. 김태균이 홈런 타자이면서도 줄곧 3할 이상의 타율을 올린 원동력은 바로 선구안이었다. 김태균의 2001∼2009년 통산 타율은 0.310. 최진행의 올 시즌 타율은 0.267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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