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일 월드컵 4강이 달갑지 않았던 사람들이 있다. “대∼한민국”을 연호하는 붉은 악마의 함성이 커질수록 이들의 한숨도 깊어졌다. 6월의 텅 빈 야구장을 근심어린 눈으로 지켜봐야 했던 프로야구 관계자들이 그랬다. 당시 현대의 홈이었던 수원구장엔 텅 빈 관중석을 달리는 자전거가 목격되기도 했다. 야구 관계자들은 2002년 6월을 ‘개점 휴업상태’로 기억하고 있다.
프로야구는 월드컵, 올림픽 등 굵직굵직한 국제대회가 있는 짝수 해마다 흉작을 면치 못했다. 실제로 한일 월드컵이 열린 2002년에는 전년보다 60만 명 가까이 급감한 약 239만 명이 야구장을 찾았다. 잠실야구장(2만7000석)으로 치면 22번의 만원 관중이 빠져나간 셈이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는 3월 초 WBC가 열린 해였음에도 관중이 전년에 비해 35만 명 가까이 줄었다.
하지만 야구계는 올해만은 다를 것이라는 예측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그동안 월드컵이 야구 열기를 식히는 냉각수였지만 2010년은 야구와 월드컵이 윈윈 하는 첫해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야구 팬 층이 두꺼워졌고, 관중 증가세도 안정적인 만큼 월드컵의 영향은 별로 없을 것이란 기대다. 올해 역대 4월 최다 관중을 기록한 것도 자신감의 배경이다.
이런 자신감은 ‘무대응 마케팅’에서 엿볼 수 있다. KBO와 각 구단은 월드컵 대비 마케팅 전략을 세우지 않고 있다. 한국 대표팀의 경기가 열리는 날에도 정상적으로 4경기를 소화할 예정이다. 2002년 월드컵 당시 한국 경기가 있는 날에 경기를 취소했던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그뿐만 아니라 야구 경기 중 문자중계 등도 고려하고 있지 않다.
다만 아르헨티나전(오후 8시 30분)이 열리는 6월 17일만 경기 시작 시간을 오후 4시 30분으로 2시간 앞당기는 것을 고려하고 있을 뿐이다. 이날 잠실 홈경기가 예정돼 있는 LG 관계자는 “야구를 4시 30분에 시작하고 8시 30분부터 아르헨티나전을 전광판을 통해 보여주려고 준비하고 있다. 현재까지 그 밖의 조치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월드컵 열기와 야구 관중의 반비례 현상’이 깨진다는 것은 국내 프로 스포츠 저변이 그만큼 확대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KBO 이진형 홍보팀장은 “월드컵의 해에 야구 관중이 줄지 않는다면 국내 프로 스포츠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남아공 월드컵 16강과 야구 600만 관중 돌파가 모두 달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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