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농구는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에서 20년 만의 값진 금메달을 땄다. 당시 최고 수혜자는 대표팀 막내 1, 2순위였던 방성윤(28·SK)과 김승현(32·오리온스)이었다. 우승으로 병역면제 혜택을 받았기 때문이다. 방성윤은 “금메달로 모든 게 바뀌었다. 꿈에 그리던 미국 무대에도 도전하게 됐다”며 기뻐했다.
고민거리였던 군대 문제를 해결한 이들은 장차 한국 농구를 이끌 희망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부상이 겹치고 허술한 자기 관리로 실망을 안길 때가 잦았다. 김승현은 신인으로 우승을 맛본 2001∼2002시즌을 제외하고 8시즌 모두 전 경기 출전에 실패했다. 허리 부상에 번번이 발목을 잡혔다. 방성윤은 5시즌을 뛰는 동안 매 시즌 54경기 중 40경기 이상을 뛴 적이 없다. 예고 없이 다친다지만 이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훈련량 부족에 딴전을 피운 탓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거액의 뒷돈 의혹도 끊이지 않았다.
2009∼2010시즌에 나란히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이들의 거취는 관심을 끌고 있다. 오리온스는 한때 김승현과 같은 포지션인 자유계약선수(FA) 신기성을 영입하려 했다. 김승현은 지난해부터 계속 트레이드설에 시달렸다. FA 방성윤은 어떤 팀의 지명도 받지 못해 자칫하면 1년 동안 무적 신세가 될 위기에 몰려 있다. 김승현과 방성윤을 대표팀과 오리온스, SK에서 지도한 김진 감독은 “한국 농구의 큰 손실”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래도 아직 기회는 남았다. 우선 이들은 11월 광저우 아시아경기 예비 엔트리에 포함됐다. 대표팀 유재학 감독은 “실력은 이미 검증됐다. 열심히 하려는 태도와 달라진 자세가 최종 선발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현과 방성윤을 아끼는 팬이 아직 많다. 어느덧 고참이 된 이들이 그동안 받은 혜택을 후배들에게도 물려주겠다는 의지를 보인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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