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원, 리환이는 오늘도 신나게 아빠응원을 한다며 재미있게 놀다가 이제 잠이 들었고, 방금 막 당신과 전화를 끊고도 오늘은 당신 생각이 떠나질 않아 한자 한자 적어보아요.
요즘, 당신도 힘들고 부담도 많을 텐데 아이들 걱정하느라, 또 안부 물으랴, 저는 이럴 때 또 한번 당신의 진심을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사실 표현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당신이 그랬잖아요. “한달은 ‘남편 없소’라고 생각하고 신경 못 써 줄테니 서운해 하지 말라”며 우리 같이 웃은 적이 있었잖아요. 그래서 전 더 바라지도 않고 당신이 대표팀에서의 역할만 충실히 해주길 바라고 있어요. 그러니 우린 걱정 마세요.
당신 인생에 있어 세 번째 맞는 월드컵, 저 또한 제 인생의 세 번째 월드컵을 당신이 뛰어주어서 얼마나 고마운 줄 알아요. 사실 잘 모르리라 생각해요.
하지만 난 당신 이상으로 더 기쁘고 엔트리 발표 때마다 가슴이 콩닥콩닥. 부끄럽지만 엔트리 발표 때마다 자꾸 눈물이 나요.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이번에는 이젠 익숙하니까 안 그러려니 했건만 또 똑같더라고요.
고마워요, 기쁨의 눈물을 흘릴 수 있게 해 주어서.
오스트리아는 어때요. 여기가 새벽이니 거긴 낮이겠군요. 요즘은 기사 하나하나 다 읽어보며 혹여나 당신 얼굴이 나왔나 이름이라도 나왔나 다치면 안 되지, 늘 노심초사 보며 또 그쪽 날씨를 먼저보고 ‘아 이 정도면 덥겠구나’ . ‘오늘은 왜 힘들게 비가 오지’ 혼자 투덜투덜.
제 하루 일과가 그래요.
일과를 말하니, 새로운 사업을 한다고 힘들어하는 저에게 당신의 갑자기 툭 던지는 한마디가 생각나네요. 얼마나 힘이 되는지 모르죠. 오늘도 “꼭 밥 먹고, 커피만 마시지 말고” 이런 말이 마치 아기를 챙겨주는 듯 너무 좋았어요. 사실 요즘 난 세 아이를 키운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당신의 한마디에 울고 웃고 그러는 날 보면 제가 당신을 정말 많이 사랑하나봐.
정환씨! 이제 월드컵은 시작이겠지만 당신에게 있어선 월드컵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차분하게 마무리 잘하시고 늘 말했지만 골을 넣으라는 것도 아니고 많이 뛰라는 것도 아니고, 전 그저 다치지 말고 실수만 없길 바라요. 우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큰 믿음이 있었잖아요.
늘 기도할게요. 이거 하나만 기억해줘요. 당신을 응원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요.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한 당신의 땀은 당신을 배신하지 않을거라 생각해요. 배탈 안 나게 조심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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