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고 있는 2010년 세계탁구단체전선수권대회를 지켜본 탁구인들은 “세계 탁구가 빠른 속도로 평준화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유럽 탁구가 급속도로 기량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
한국 선수단을 격려하기 위해 모스크바에 머물렀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자 대한탁구협회장은 28일 선수단과의 식사 자리에서 “한국 탁구는 시속 50km로 달리는데 유럽의 일부 국가들은 시속 90, 100km로 쫓아오고 있다. 우리도 10년 앞을 내다보고 지금부터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의 말이 아니더라도 이번 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은 유럽 탁구를 상대로 아슬아슬한 승부의 줄타기를 하고 있다. 김택수 감독이 이끄는 남자 대표팀은 이날 올림피스키 종합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8강전에서 당초 약체로 꼽혔던 헝가리를 3-1로 꺾고 4강에 올랐다.
스코어는 3-1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아슬아슬한 승부였다. 헝가리는 조별리그에서 한국과 조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 스웨덴을 16강에서 3-2로 꺾고 8강에 오른 팀.
1단식에 나선 주세혁(삼성생명)은 야노시 야커브를 세트스코어 3-1로 꺾었지만 오상은(KT&G)은 세계랭킹 200위권인 다니엘 코시바에게 시종 밀리면서 세트스코어 0-3으로 졌다. 3단식에서 유승민(삼성생명)이 페렌츠 파지에게 2세트를 10-12로 내주면서 세트스코어 1-1이 되자 선수단 내에선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 경기에 지면 분위기가 상대 쪽으로 기울게 되는 데다 4단식에는 앞서 무명이나 다름없는 헝가리 선수에게 완패한 오상은이 다시 나오기 때문.
다행히 유승민이 3, 4세트를 11-6, 12-10으로 이기면서 안정을 되찾은 한국은 오상은이 4단식에서 야커브를 3-1로 꺾고 2시간 남짓의 승부를 마무리했다.
김 감독은 “단체전은 선수 개개인의 기량도 중요하지만 팀 전체의 분위기가 중요하다. 헝가리는 스웨덴을 이긴 뒤라 상승세였다. 승민이가 중간에서 끊지 않았으면 어려울 뻔했다”고 말했다. 한국은 29일 4강전을 벌인다. 상대는 유럽 최강인 독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결승으로 가는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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