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을 위해서라면 팬티쯤이야.” SK 이만수 수석코치는 문학구장에 만원 관중이 들면 팬티 바람으로 그라운드를 달리겠다던 약속을 지켜 스포테인먼트의 상징이 됐다. 2007년 5월 26일 KIA와의 경기가 열린 문학구장이 만원을 이루자 팬티 차림으로 그라운드에 선 이 코치가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스타디움 아닙니다. 볼 파크입니다.”
SK 구단에 마케팅 전략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를 말해 달라고 하자 ‘볼 파크’란 얘기가 나왔다. SK의 안방인 인천 문학구장은 그저 경기만 관전하는 스타디움이 아니라 소풍을 즐기듯 야구를 볼 수 있는 놀이터라는 의미다. 경기(스포츠) 말고도 즐길 거리(엔터테인먼트)를 많이 제공하려고 노력하는 게 SK 마케팅의 핵심. 이른바 SK가 말하는 ‘스포테인먼트’다. 많은 관중을 유치하려면 경기 외적인 콘텐츠가 있어야 하고 SK는 그 콘텐츠를 엔터테인먼트에서 찾은 것이다.
문학구장에는 다른 구장에 없는 것이 많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외야에 있는 바비큐존이다. 소풍 기분을 내듯이 바비큐를 먹으면서 야구를 볼 수 있는 구역을 따로 만들어 놓았다. 지난해 처음 마련된 뒤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삼겹살이나 소시지 등의 음식이 아예 구워져 나와 직접 요리해 먹는 재미가 없다는 팬들의 지적이 일부 있었다. 그러자 SK는 올 시즌부터 관중이 자리에서 직접 음식을 구울 수 있도록 바비큐존에 전기 조리시설까지 설치했다. 팬들이 원하면 바꿀 수 있다는 게 SK 마케팅의 핵심이다.
올 시즌에는 그린 스포테인먼트를 위해 좌익수 쪽 외야에 그린존이 새로 생겼다. 그린존은 실제 소풍 기분을 낼 수 있도록 잔디밭에 누워 야구를 볼 수 있게 만든 곳이다. 토요일 홈경기 때마다 있는 불꽃축제는 문학구장을 찾는 야구팬뿐 아니라 인천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경기가 끝나면 야구장의 조명이 모두 꺼지고 전광판 뒤에서 화려한 불꽃이 솟구친다. 올 시즌 처음 설치한 파우더룸도 여성 팬을 끌어 모으려는 섬세한 마케팅 전략에서 나왔다. 여성 팬이 화장을 고칠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둔 곳은 문학구장이 국내에서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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