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은 김성근 SK 감독(사진)의 야구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된 해다. 김 감독은 그해 일본 프로야구 롯데의 코치로 보비 밸런타인 감독과 함께 한 시즌을 보냈다. 김 감독은 밸런타인 감독에 대해 “불같이 화를 내다가도 팬 앞에만 서면 활짝 웃는 얼굴이 되더라. 팬을 생각하는 마음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머릿속이 온통 야구로만 가득 차 있던 김 감독은 그때 비로소 팬에 대한 생각에 눈을 떴다. 2007년 SK 사령탑으로 부임하자마자 선수들과 미팅에서 “앞으로 팬들의 사인 요청을 거부하는 선수는 벌금”이라고 통보했다.
스스로도 무척 유연해졌다. 등번호도 팬들이 기억하기 쉽도록 화투의 ‘광땡’을 의미하는 38번으로 정했다. 시즌 중에도 화젯거리를 종종 만들어낸다. 최근 연승 행진을 달릴 때 수염을 계속 기른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그라운드에서 그는 여전히 냉철한 승부사다. ‘이기는 것만큼 좋은 팬 서비스는 없다’는 야구계의 속설을 실천하고 있다.
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07년과 2008년 SK는 2년 연속 한국시리즈 패권을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준우승에 그쳤지만 7차전까지 간 KIA와의 한국시리즈는 많은 팬들의 기억에 남을 명승부였다. 승리보다는 패배에 익숙해 있던 연고지 인천 팬들은 SK의 선전에 열광했다.
지난 3년간 SK 야구에 대해 ‘독하다’, ‘재미없다’, ‘너무 이기려고만 한다’ 등등 비판적이던 다른 팀 팬들 사이에도 김성근 식 SK 야구를 이해하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꾸준한 훈련으로 단련된 SK 선수들의 수비나, 주루 플레이 등은 누가 봐도 수준이 높다.
김 감독은 “다른 팀은 지는 경기와 이기는 경기를 구분할지 몰라도 우리는 매 경기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 그게 야구장을 찾은 팬들에 대한 예의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선수들은 피곤할지 몰라도 관중은 즐겁다. SK 야구가 재미있는 또 하나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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