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이집트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홍명보 감독이 이끈 한국 대표팀은 최고의 경기력을 뽐내며 8강 진출의 신화를 썼다. 구자철(제주), 김보경(오이타), 이승렬(서울) 3인방은 당시 주역이었다. 주장 완장을 찬 구자철은 팀 전술 및 정신적인 측면에서 구심점 역할을 하며 팀을 이끌었다. 미드필더 김보경은 폭넓은 활동량으로 ‘제2의 박지성’이란 평가를 받았다. 이승렬은 교체 출전으로 나섰지만 공격수로서 날카로운 움직임을 선보였다.
1일 오스트리아 노이슈티프트의 카펠라 호텔. ‘절친(절친한 친구)’으로 알려진 이들 1989년생 3인방의 운명이 엇갈렸다. 허정무 월드컵 대표팀 감독은 이날 남아공까지 함께 갈 최종 엔트리(23명)를 발표했다. 김보경과 이승렬은 최고의 무대에 초대받았지만 구자철은 마지막 한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눈물을 삼켰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들 3명 가운데 최소 2명은 짐을 쌀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대표팀 관계자들은 “허 감독이 경험을 쌓게 해준다는 측면에서 이들을 합류시켰다”고 전했다. 탈락 시 충격을 덜 받기 때문에 신예 3인방을 포함시켰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러나 이들이 선배들을 능가하는 경기력을 보이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빠른 스피드와 왕성한 활동량이 무기인 김보경은 날카로운 왼발 슈팅 능력까지 보여주며 허 감독의 낙점을 받았다. 그는 왼쪽 측면에서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대체 멤버로 나선다.
공격수 이승렬의 합류는 더욱 극적이다. 1월 잠비아와의 평가전에서 데뷔전을 치른 이승렬은 국가대표팀 간 경기인 A매치 8경기에서 3골을 뽑아냈다. 특히 지난달 16일 에콰도르와의 평가전에선 그림 같은 선제골로 허 감독으로부터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다. 결국 그는 승선이 유력했던 선배 이근호(이와타)를 제치고 최종 선택을 받았다. 허 감독은 “이승렬은 경기에 나서면 분위기를 한순간에 바꿀 수 있는 선수다. 특히 최근 상승세를 눈여겨봤다”며 그를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반면 구자철은 같은 포지션인 중앙 미드필더 라인에서 기성용(셀틱), 김정우(광주), 김남일(톰 톰스크) 등 쟁쟁한 선배들과의 경쟁에서 밀려 짐을 싸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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