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 잡은 라이언 킹 “기다려라 남아공”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2일 03시 00분


■ 부상 딛고 티켓 딴 이동국
“제공권 싸움에 꼭 필요”
코칭스태프 신뢰 한몸에

■ 고개 떨군 이근호
아시아 예선 맹활약 했지만
컨디션 회복안돼 끝내 눈물

최종엔트리 23명 발표 운명 엇갈린 선수들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두 공격수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한 명은 남아공행 비행기표를 손에 쥐었지만 다른 한 명은 귀국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동국(31·전북)과 이근호(25·이와타) 얘기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는 이동국. 동아일보 자료 사진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는 이동국. 동아일보 자료 사진
○ 라이언 킹, 남아공 가다

이동국은 12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게 됐다. 월드컵을 앞두고 번번이 부상, 부진 등의 이유로 최종 엔트리에 들지 못했던 그는 극적으로 허정무 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이동국의 발탁은 한 편의 드라마다. 허정무호 출범 이후 그가 대표팀 유니폼을 처음 입은 건 지난해 8월 파라과이와의 친선경기. 소속팀에서의 활약에 힘입어 대표팀에 뽑혔지만 허 감독의 평가는 냉담했다. 허 감독은 “대표팀에서 살아남으려면 좀 더 부지런하게 뛰고 확실한 경쟁력을 보여줘야 한다”며 그를 자극했다. 이동국은 이러한 감독의 요구를 점차 만족시키면서 월드컵 출전의 꿈을 키워 나갔다. 하지만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달 16일 에콰도르와의 평가전에서 허벅지를 다쳤다. 부상으로 낙마한 2006년 독일 월드컵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최근까지 팀 훈련에 정상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며 최종 엔트리 합류도 힘들어 보였다.

그러나 허 감독은 그에게 기회를 줬다. 1일 최종 엔트리 발표에서 “이동국의 몸 상태가 1주일 뒤면 경기에 완전하게 뛸 수준이 된다”며 그를 뽑았다. 사실 코칭스태프는 발표 당일까지 의료진에게 이동국의 부상 부위를 정밀검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조별리그 1차전은 불확실하지만 2, 3차전은 확실히 뛸 수 있다는 소견을 받은 코칭스태프는 발표 2시간 전 회의 끝에 이동국의 합류를 전격 결정했다. 허 감독은 “이동국은 제공권 싸움이 가능하고 골 결정력까지 갖췄다”며 “현재 대표팀 공격 라인에 꼭 필요한 스타일의 선수”라고 강조했다.

주전 자리가 확고할 것만 같았지만 최종 명단에서 탈락해 월드컵 본선 출전의 꿈이 깨진 이근호.노이슈티프트=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주전 자리가 확고할 것만 같았지만 최종 명단에서 탈락해 월드컵 본선 출전의 꿈이 깨진 이근호.노이슈티프트=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 최근 부진이 운명 갈랐다…이근호는 낙마

반면 이근호는 손에 거의 들어온 기회를 놓치며 눈물을 흘렸다. 2007년 6월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이근호는 허정무호 출범 이후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며 박주영 다음으로 많은 골을 터뜨렸다. 특히 월드컵 본선 진출의 고비였던 아시아 최종 예선 아랍에미리트와의 경기에서 2골,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원정 경기에서도 골을 넣으며 주전을 예약한 것처럼 보였다. ‘허정무호의 황태자’ ‘월드컵 일등공신’ 등 온갖 찬사가 쏟아졌다.

하지만 원인 모를 끝없는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3월 이라크와의 평가전 이후 15개월 넘게 A매치에서 골 맛을 보지 못했다. 허정무 감독도 1일 최종 엔트리 발표에서 “이근호에겐 기회를 많이 줬지만 슬럼프를 벗어나지 못했다. 벨라루스전에서 마지막까지 기회를 줬지만 부진해서 기회를 날렸다”며 안타까워했다. 또 “본선까지 2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근호의 컨디션이 돌아오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힘든 결정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근호의 탈락 이유를 설명할 때 허 감독의 표정은 가장 어두웠다. 발표 뒤 허 감독은 숙소에서 이근호에게 탈락 통보를 했다. 이근호는 크게 실망한 표정을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숙였다. 그는 1일 오후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노이슈티프트=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