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대표팀 오토 레하겔 감독(사진)의 표정은 심각하게 굳은 반면, 선수들의 얼굴은 나쁘지 않았다. 월드컵 개막 전 마지막 전력 점검의 찬스였다는 점을 상기할 때 예상대로라면 모두가 조금은 침울해야 옳았다.
쉬첸비세 슈타디온에는 수많은 그리스 팬들이 운집해 “헬라스(그리스의 옛 이름)”를 외쳐댔으나 레하겔호는 거의 졸전에 가까운 플레이로 일관해 실망감을 안겼다. 더불어 한국 취재진의 폭발적인 관심을 잘 알고 있을 터. 허정무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가 찾아온다는 사실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레하겔 감독은 일찌감치 손을 써뒀다. A매치 관례인 공식 기자회견을 아예 열지 않은 것. 유일하게 허용한 것은 경기장 본부석 입구에 위치한 아주 짧은 믹스트 존에 불과했다. 그나마 레하겔 감독은 주관 방송사로 보이는 한 중계진과 10여 분 가량 독어 통역을 거치는 짤막한 인터뷰만 한 뒤 곧바로 자신의 차량을 타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반면 선수들은 마치 이긴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90분 혈전이 끝난 뒤 벤치 앞에서 어깨동무를 하고 펄쩍펄쩍 뛰고 노래를 부르던 파라과이 선수들은 언제 자신들이 그랬냐는 듯 조용히 버스에 오른 반면, 그리스 선수들은 현지 취재진과 활기차게 대화를 나눴다.
어느 누구도 문제점을 제기하지 않았고, 몇몇은 환하게 미소를 짓고 빈터투어 클럽 스태프와 사진을 찍으며 한껏 여유를 만끽했다.
게카스는 “그저 친선 경기일 뿐”이라고 했고, 살핀기디스는 “수비 조직도, 공격도 좋지 않았지만 월드컵까지의 한 과정”이라며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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