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술… 완성도 높여 원톱 박주영 역습 살고 스페인 허리 효과적 봉쇄 4-2-3-1
전술 시험 성공
[2] 선수… 자신감 무장 박지성없이 당당한 경기 기성용은 오랜 부진 탈출 “긴장했는데… 할만하더라”
《아쉽게 졌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뒤 허정무 대표팀 감독의 표정은 밝았다. 선수들도 마찬가지. 환한 미소와 가벼운 발걸음이 그들의 마음을 대변해 줬다.
한국은 4일 오전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티볼리노이 경기장에서 열린 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 후반 40분 결승골을 내줘 0-1로 패했다. 지난달 30일 벨라루스전(0-1)에 이은 2연패. 그런데 이들을 웃게 만든 건 무엇일까.》
○ 전술…완성도를 높이다
허 감독은 이 경기에서 박주영(모나코)을 최전방 ‘원 톱’에 배치하고 미드필드를 두껍게 하는 4-2-3-1 전술을 시험했다. 한국보다 전력이 우위인 조별리그 2차전 상대 아르헨티나에 대비한 ‘선수비, 후공격’의 포메이션. 선제골을 넣은 뒤 잠그는 축구를 할 수 있는 전술이기도 하다.
결과는 성공에 가까웠다. 스페인의 정상급 미드필더들은 이날 평소의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다. 촘촘하게 미드필드와 수비진을 짜고 압박을 가하는 태극전사들 앞에 그들 특유의 세밀한 패스는 무뎌졌다. 이용수 KBS 해설위원은 “중앙 수비수 조용형(제주)-이정수(가시마) 조합이 좋은 위치 선정으로 상대의 공격을 잘 차단했다. 미드필더들의 적극적인 수비 가담도 후한 점수를 줄 만하다”고 평가했다.
상대 공격을 차단한 뒤 이뤄지는 역습도 날카로웠다. 골 결정력이 아쉽긴 했지만 전후반 3, 4차례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어 내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경기가 끝난 뒤 허 감독은 “아르헨티나전을 앞두고 전술의 완성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4-2-3-1은 박주영의 공격 파트너가 딱히 떠오르지 않는 시점에서 우리의 강점인 미드필더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전술”이라며 “그리스, 나이지리아전에서의 활용도 생각해볼 만하다”고 강조했다.
○ 선수…자신감으로 무장하다
한국은 세계 최강 스페인을 상대로 전술상의 소득 외에도 자신감이란 무기까지 얻었다. 태극전사들은 경기 초반 다소 긴장한 듯 몸이 굳었지만 이후 대등한 경기를 펼치면서 기량을 마음껏 펼쳤다. ‘캡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없는 상황에서도 위축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쌍용’ 이청용(볼턴)과 기성용(셀틱)의 활약이 돋보였다. 이청용은 안정된 볼 컨트롤과 적극적인 돌파로 공격을 이끌었다. 그를 상대한 스페인 수비수 호안 카프데빌라(비야레알)가 “상대 17번(이청용)을 막기가 쉽지 않았다. 움직임이 정말 좋았다”고 평가했을 정도. 최근 부진했던 기성용도 자신감을 찾았다. 서형욱 MBC 해설위원은 “기성용이 중앙에서 공수를 잘 조율했고 수비 커버 플레이도 충실히 해냈다. 킥의 날카로움까지 되찾았다”고 평가했다.
수비수 오범석(울산)은 경기가 끝난 뒤 버스에 오르며 이렇게 말했다. “처음엔 정말 긴장했는데 막상 해보니 할 만하던데요. 아르헨티나랑 붙어도 위축되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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