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cup D-6]이 남자, 소리없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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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5일 03시 00분


대표팀 수비형 미드필더 ‘악바리’ 김정우

‘악바리’ 김정우(앞)가 4일 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풀타임 출전해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다. 인스브루크=전영한 기자
‘악바리’ 김정우(앞)가 4일 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풀타임 출전해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다. 인스브루크=전영한 기자
그의 별명은 ‘뼈정우’다. 축구 선수는커녕 일반인보다도 마른 체격. 살짝만 건드려도 넘어질 것만 같은 몸을 보고 팬들이 붙인 별명이다. 하지만 대표팀 사이에서 그의 별명은 ‘악바리’다. 누구보다 근성이 강하고 터프한 플레이 때문에 그런 별명이 붙었다.

‘악바리’ 김정우(광주)가 대표팀의 ‘뼈대’로 훌쩍 성장했다.

허정무 감독은 4일 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 수비에 비중을 두다 역습을 노리는 전술을 들고 나왔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아르헨티나에 대비한 포석이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풀타임 활약한 김정우는 전술의 핵심이었다. ‘포백’의 바로 위에서 좌우로 왕성하게 움직이며 수비수들의 부담을 덜어줬다. 화려한 개인기와 정교한 패스를 자랑하는 스페인 미드필더들은 그의 압박과 길목을 막는 플레이에 번번이 패스를 차단당했다. 경기 내내 다른 선수들과 의사소통을 하며 수비와 미드필더 사이의 간격을 조율하는 역할도 그의 몫이었다.

스페인전 공수의 핵 맹위
감독도 동료도 “최고였다”


그는 공격에서의 역할도 훌륭히 소화했다. 대학 시절 최고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이름 날린 그대로 번개 같은 역습은 그의 발끝에서 나왔다. 침착하게 동료를 향해 찔러주는 정교한 패스는 ‘패스마스터’라 불리는 상대 미드필더 사비 에르난데스(바르셀로나) 부럽지 않았다. 이날 김정우는 80% 이상의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다. 전반 13분 날린 기습적인 중거리 슛은 살짝 빗나갔지만 경기 초반 몸이 굳었던 태극전사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경기가 끝난 뒤 동료들은 하나같이 그의 이름을 댔다. 중앙 수비수 이정수(가시마)는 “정우가 수비에서 백업을 정말 잘해줬다. 후반 20분 이후 체력이 많이 부쳤는데 정우 덕분에 버텼다”고 말했다. 측면 수비수 이영표(알 힐랄)도 “정우가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잘했고, ‘캡틴’ 역할까지 해줬다”고 칭찬했다. 허 감독은 “정우는 화려하진 않지만 팀에 꼭 필요한 ‘조용한 엔진’”이라고 평가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선 딕 아드보카트 당시 감독의 마음을 얻지 못해 출전의 꿈을 접었던 김정우. 이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진출 실패, 국내 K리그 부진 등이 겹치며 이름이 잊혀지는 듯했지만 보란 듯이 다시 일어섰다. 그의 눈은 이미 남아공을 향해 있다.

인스브루크=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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