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cup D-6]‘긴장의 GK’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5일 03시 00분


스페인전 이운재 ‘불안’ 정성룡 ‘선방’ 평가
“더는 붙박이 없다” 주전경쟁은 이제부터

남아공 월드컵 본선에 나서는 축구대표팀의 주전은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까지 평가전을 볼 때 각 포지션 주전은 쉽사리 떠올릴 수 있다. 반면 아직까지도 주전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하는 포지션이 있다. 가장 최후의 수비인 골키퍼 자리. 월드컵 4회 출전의 이운재(수원)와 월드컵 첫 출전인 정성룡(성남)의 경쟁은 이제 시작했다.

이운재와 정성룡은 4일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스페인과의 마지막 평가전에서 각각 전반과 후반 45분씩 골키퍼 장갑을 꼈다. 전반에 나선 이운재는 무실점으로, 후반에 나선 정성룡은 1실점을 기록했다. 기록만 본다면 이운재가 주전으로서 한 발짝 다가선 것 같다. 하지만 경기 내용을 본다면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정성룡은 사비 에르난데스(바르셀로나) 등 스페인의 주전 선수들이 교체 투입된 후반에 나와 여러 차례 선방했다. 후반 40분에 터진 헤수스 나바스(세비야)의 골은 막기 힘든 골이었다. 실점을 하지 않은 이운재는 예전의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전반 36분 세스크 파브레가스(아스널)의 골대를 맞고 나온 공도 이운재가 골대를 비운 채 앞으로 전진했기 때문이다.

올해 대표팀 평가전에서 초반에는 이운재의 붙박이 현상이 두드러졌다. 1월 잠비아전을 시작으로 3월 코트디부아르전까지 7경기에서 모두 6경기에 나섰다. 하지만 이운재가 K리그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지난달 16일 에콰도르전과 24일 일본전에서 정성룡이 골키퍼 장갑을 꼈다. 결국 스페인전에서는 두 명 모두 똑같은 시간 동안 경쟁을 펼쳐야 했다. 허정무 감독도 경기 뒤 “김현태 골키퍼 코치와 상의해 봐야겠지만 상황에 따라 더 나은 사람이 경기에 나설 것이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선뜻 누구의 손을 들어주기 힘들어했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지금까지 대표팀에서 골키퍼의 경쟁은 없었다. 이운재의 차지였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에서는 정성룡이 가세하면서 비로소 골키퍼 포지션에도 긴장감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도 “상대국에 따라 골키퍼가 바뀌는 시스템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운재와 정성룡의 경쟁은 이제 시작이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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