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대도시 가운데 요하네스버그 다음으로 치안이 불안하다는 더반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사실 월드컵 취재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긴장감이 더 들었다.
차를 빌려 숙소로 향했다. 더반의 구 도시에 위치한 FIFA가 지정한 숙소 호텔. 고속도로를 나와 시내로 들어서며 붉은색 신호에 차를 세웠다. 그러자 흑인들이 하나 둘씩 봉지를 들고 차로 다가왔다. 차 안의 쓰레기를 받으면서 돈을 버는 이들이었다. 다음 교차로에는 물건을 파는 흑인들이 다가섰다. 차로 가까이 다가올 때마다 바짝 긴장했고, 시선은 정면을 고정했다. 시선을 마주쳤다가 사건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일행 모두 옆을 보지 않았다.
무기소지가 허용돼 무장 강도가 기성을 부린다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이미 요하네스버그에서 한국 언론 관계자가 강도를 경험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때문인지 긴장감은 더 했다.호텔까지 무사히 도착한 뒤 긴장의 끈을 풀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저녁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도로에서 경찰차를 발견했다. 그 옆에 하얀색 천으로 뭔가를 덮어놓은 것을 보았다. 시신이었다. 우리 일행은 그 장면으로 인해 또 다시 경직됐다.
이런 곳에서 과연 세계인들의 축제를 벌여도 되는 것인지 의심스러웠다. 게다가 경기장 시설도 완벽하지 않았다. 경기장 외곽은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경기장의 잔디는 잘 자라지 않아 인공 햇빛과 온열기가 동원됐다. 잔디가 무성하게 올라오도록 하려는 임시방편이었다. 도시의 치안 불안과 마무되지 않은 경기장 시설 등 월드컵의 남아공 개최에 대한 회의감마저 밀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