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전지훈련을 마치고 5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입성한 한국 축구대표팀은 12일 오후 8시 30분 포트엘리자베스 넬슨만델라베이 경기장에서 열리는 B조 첫 경기 그리스전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요하네스버그에서 서북쪽으로 약 120km 떨어진 루스텐버그에 베이스캠프를 차린 허정무 감독은 “선수들에게 이제 그리스 하나만 생각하고 준비하자고 말했다. 한국 축구에 발자취를 남기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 12일 최상 컨디션을 위한 훈련 스케줄
허 감독은 5일 선수들에게 무선 데이터 측정기를 채우고 회복 훈련을 시켰다. 4일 스페인과의 평가전 때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한 훈련. 측정기로 선수들의 심박수 변동을 체크해 몸 상태를 분석했다.
루스텐버그에서의 훈련은 12일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스포츠 과학 프로그램에 따른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부터 실시한 훈련으로 운동생리학에 맞춰 훈련 강도를 조절한다. 대표팀은 6일 피지컬, 7일 전술, 8일 피지컬 훈련, 9일 휴식, 10일 포트엘리자베스 이동 및 컨디션 조절, 11일 경기장 적응 훈련, 그리고 12일 그리스전으로 일정을 짰다. 6일 훈련은 ‘저승사자’ 레이몬드 베르하이옌 트레이너가 주도해 체력보강 훈련과 미니게임을 통한 인터벌 트레이닝 등 강력한 체력 훈련이 주를 이뤘다.
○ 루스텐버그는 약속의 땅?
대표팀은 1월 남아공 북단의 해발 1233m 고지대인 루스텐버그에서 전지훈련을 했다. 허 감독이 트레이닝캠프로 지적한 이곳은 8년 전 제주도를 연상시킨다.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은 연초 서귀포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했고 월드컵 개막 직전 잉글랜드와 평가전(1-1 무)을 했다. 그리고 4강 신화를 썼다. 대표팀은 루스텐버그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 김정우(광주)는 “다시 오니 좋다. 지난번엔 더웠는데 이번에는 선선해 느낌이 좋다”고 말했다.
이곳에선 오히려 국내파가 해외파에게 정보를 전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이운재(수원)는 1월 전지훈련 때 못 온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지성아, 식당은 이쪽이야”라며 숙소인 헌터스하우스를 설명했다. 김정우, 조용형(제주) 등 국내파 선수들도 이청용(볼턴), 기성용(셀틱), 김남일(톰 톰스크) 등 해외파에게 루스텐버그에 대해 가르쳐주며 즐거워했다.
대한축구협회는 대표팀 경기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모든 지원을 하고 있다. 비행기 짐이 4t을 초과해 독일 뮌헨에서 남아공에 입국할 때 4700만 원의 초과 비용을 냈다. 일본에서 뮌헨으로 갈 때도 2000만 원을 더 줬다. 대표팀이라 50% 이상을 할인받은 가격이다.
루스텐버그=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기억하라! 더반의 세가지 변수
한국의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결정짓게 될 마지막 일전이 23일 오전 3시 반 항구도시 더반의 모세스 마비다 경기장에서 열린다. 상대는 ‘슈퍼 이글스’ 나이지리아. 전반 내내 공세를 늦추지 않은 한국은 후반 이청용(볼턴)의 크로스에 이은 ‘캡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그림 같은 골로 승리해 16강행을 확정짓는다.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 상상이다. 그런데 이 상상이 실현되려면? 더반에서 벌어질 ‘작지만 큰’ 변수 3가지를 살펴본다.
[날씨]남아공 도시 중 가장 더워
월드컵이란 최고의 무대에서 선수들은 긴장하기 마련. 날씨는 선수들의 컨디션에 민감하게 작용하는 주요 변수다. 허정무 대표팀 감독이 최근 “일조량, 강수량 등 경기 당일 환경적인 변수를 세심하게 체크해 달라”고 축구협회 관계자에게 주문한 것도 이 때문.
6일 더반의 날씨는 무덥다. 남아공의 계절은 초겨울이지만 더반은 경기가 열리는 도시 가운데 가장 덥다. 인도양과 접해 있는 데다 산맥이 도시를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다. 남아공 도시들은 일교차가 크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해안도시 더반의 일교차는 그리 크지 않다. 밤에 기온이 뚝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더반 인근에 베이스캠프를 차려 미리 적응 기간을 가질 그리스, 나이지리아와 달리 루스텐버그에 베이스캠프를 차린 한국 대표팀이 참고해야 할 부분이다.
[고도]고지경기 후 평지 적응 관건
고지대인 루스텐버그(해발 1233m)에 베이스캠프를 차린 대표팀은 산소마스크를 공수하는 등 고지 적응 훈련에 한창이다. 하지만 더반은 해발 0m에 가깝다. 요하네스버그(1753m)에서 아르헨티나와 조별 예선 2차전을 치른 뒤 더반으로 올 경우 그 차이가 더 크게 느껴질 것이란 게 현지 축구협회 관계자의 얘기. 대표팀 김세윤 경기분석관은 “고지대 적응뿐만 아니라 평지로 내려온 뒤 얼마나 빨리 경기력을 회복하느냐 역시 중요한 변수”라고 지적했다.
[응원]나이지리아 대규모 원정
마지막 변수는 나이지리아 응원단이다. 현지 언론들은 한국전을 보기 위해 대규모 나이지리아 응원단이 더반을 찾을 것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나이지리아 응원단은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도 상대하기 꺼릴 만큼 시끄럽고 거칠기로 유명하다. 현지 한국 교민들 역시 충돌 가능성 때문에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태극전사들은 경기장을 뒤덮을 나이지리아 팬들의 시끄러운 응원 소리 역시 염두에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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