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윤상혁과 함께∼ 이영표의 절친 윤상혁(왼쪽)은 안양공고 동기생으로 현재 고양국민은행에서 뛰고 있다.
to. 고교시절 단짝 영표에게
영표야, 나야 상혁이.
내가 널 처음 본 게 초등학교 때였지. 학교는 달랐지만 연습경기 할 때 보면, 넌 어렸을 때부터 참 똘똘하고, 재미있게 축구를 했던 것 같다.
나는 그렇게 못하는데, 때론 부럽기도 했고. 영표야, 혹시 우리 고등학교(안양공고) 시절 기억나니?
네가 밤늦게, 또 이른 새벽에 다들 자는 시간에 운동장에 나가 하루도 빠짐없이 개인 훈련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어. 영표가 축구선수로 꼭 성공하겠구나 하는 그런 생각 말이야.
2001년이든가, 내가 국민은행에 있을 때 연습경기를 하다 발목을 크게 다쳤었잖아. 인대가 끊어진 것 같았는데, MRI를 찍을 돈이 없던 나를 네가 도와줬지. 내가 다쳤단 소식을 듣고 이튿날 새벽같이 구리 LG 숙소에서 우리 팀 숙소였던 종암동으로 걱정스런 표정으로 달려왔던 네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 때 넌 날 대표팀 주치의 나영무 박사님께 데려가서 MRI도 찍게 해주고, 병원 입원비까지 계산했었지. 어려웠던 날 도와주면서 일부러 티 안내려고 하던 네 모습에 난 너무 고마웠다. 친구로서, 인간적으로 정말 많은 걸 느꼈었지. 그러고 보니 그동안 쑥스러운 마음에 제대로 고맙단 인사도 못한 것 같다. 영표야, 뒤늦게나마 꼭 하고 싶었다, 그 때 너무 고마웠다고.
2002년 한일월드컵, 2006년 독일월드컵에 이어 이번 남아공월드컵이 네가 선수로서 뛸 수 있는 마지막 월드컵이 되겠지. 나는 네가 이번 월드컵에 어떤 마음으로 준비했는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쉽지 않겠지만 너도 그렇고 코칭스태프도 같은 마음, 같은 목표로 준비했으니까 그토록 원하는 원정 16강 진출을 꼭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네게 편지를 쓰려니까, 고등학교 시절이 자꾸 떠오른다. 우리가 같은 유니폼을 입었던 그 시절부터 지금까지 오랜 시간 동안 늘 묵묵히 성실히 뛰어준 너에게 친구로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고맙고 감사하다고 말해주고 싶어.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너의 기억 속에 이번 남아공월드컵이 좋은 추억으로 남게 되길 바란다, 친구야.